역대 정부 부처들의 생존 기간을 조사한 한 연구 결과를 보면, 1970년부터 2008년 사이에 97개 중앙행정기관 중 59개가 없어져 기관 폐지율이 무려 61%에 이르렀다. 최장수 기관은 국방부와 법무부로 1948년 정부 수립과 동시에 설치된 뒤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반면 가장 단명한 기관은 김대중 정부 초기에 신설된 기획예산위원회로 449일 만에 없어졌다. 기관의 유형별로는 청-원-처-부-위원회-실 순서로 생존 가능성이 크게 나타났다. 대통령의 관심이 낮은 분야의 기관일수록 생존 기간이 긴 반면에 신설·폐지가 갖는 정치적 메시지가 큰 조직일수록 개편의 위험성이 높다는 분석도 제기됐다.(윤주철 등 <한국 중앙행정조직의 생존기간에 관한 실증분석>)
우리나라보다 정부조직이 더 자주 바뀌는 나라는 프랑스다. 정부조직 개편이 입법사항으로 돼 있는 한국과 달리 영국과 프랑스 등은 ‘정부조직 연성주의’를 택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프랑스의 정부조직 변화는 변화무쌍하기로 유명하다. 정부조직을 공식화하는 문서도 별도로 없이 새 정부 첫 국무회의에서 장관들끼리 각 부처의 소관기능을 정한 뒤 ‘정부령’을 공포하면 그만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부조직을 자주 바꿔도 하부 조직까지 마구 해체하거나 쪼개지는 않는다. 특히 행정 업무의 중심인 ‘국’ 단위는 안정적으로 존재하는 게 특징이다. 공무원들도 소속만 바뀔 뿐 해온 업무가 그대로여서 조직 개편에 대한 저항이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잦은 부처 개편에도 불구하고 큰 혼란이 없는 이유다.
우리는 이런 안전판도 없어 정부조직을 바꿀 때마다 어김없이 큰 파열음을 내왔다. 특히 이번에는 야당은 물론 외교통상부까지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이례적인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과거 경험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없이 의욕만 앞서니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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