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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평등한 밥상 / 정재권

등록 2013-02-11 19:12

2007년 7월 서울 서교동에 ‘문턱 없는 밥집’이라는 이름의 식당이 문을 열었다. 독일에 있는 ‘경계 없는 식당’에서 아이디어를 빌린 곳이다. 경계 없는 식당은 월수입이 일정액을 넘지 않는 손님에게는 음식값을 절반만 받는 일종의 나눔 식당이다. 실업자와 노령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동네의 보통사람들과 어울리며 말 그대로 경계가 없는 공간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문턱 없는 밥집은 경계 없는 식당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갔다. 낮 12시부터 오후 1시30분까지인 점심시간에 유기농 비빔밥 한 가지만 판매하면서 밥값을 따로 정하지 않은 것이다. 손님은 먹을 만큼 자유롭게 비빕밥을 만들어 식사를 한 뒤 형편껏 모금함에 밥값을 낸다. 1000원도 좋고 10만원도 가능하다.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의 차이를 없앤 ‘평등한 밥상’이다.

그러나 이 밥상공동체 실험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유기농 식재료만 사용한 탓에 한 그릇의 원가가 8000원에 이르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운 손님이 이 정도의 밥값을 치르기란 불가능하다. 손님 한 사람이 낸 밥값은 많아야 5000원에 그쳤다. 저녁을 일반 음식점처럼 운영해 점심시간대의 적자를 메웠어도 결국 폐점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출구는 밥집 직원들과 이곳을 사랑하는 지역 주민들한테서 나왔다. 직원들은 노조를 결성했고, 주민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제도화한 사회적 협동조합 형태로 문턱 없는 밥집을 지속시키기로 결정했다. 서울시의 마을공동체 사업에 참여해 운영비용으로 1억원을 지원받게 된 것도 큰 힘이다. 서울시는 문턱 없는 밥집을 모델 삼아 저소득층이 한끼를 마음 편하게 해결하는 ‘반값식당’을 서울 곳곳에 구상중이다. 돈이 제1의 가치가 된 세상에서 나눔과 공동체의 조화로운 삶을 향한 노력은 이렇게 지속되고 퍼져나간다.

정재권 논설위원 j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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