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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실크로드의 진주 / 노형석

등록 2013-02-13 19:25

1907년 2월 영국 고고학자 아우렐 스타인(1862~1943)은 중국 서쪽 변경 타클라마칸 사막의 절터에서 천사를 그린 벽화를 발견한다. 오뚝한 콧대에 왕방울 눈 빛나는 동자승 어깻죽지에 앙증맞게 날개가 솟은 그림. ‘그레코로만’ 양식의 지중해 헬레니즘 예술이 중국 서쪽 끝까지 전파됐음을 입증하는 유물이었다. 그는 회고했다. “까무러치도록 놀랐다. 어떻게 아시아 가장 깊숙한 사막에서 서양 고전기 천사 그림이 나타났을까.”

놀랍게도, 벽화의 불상들은 유럽인 풍모였고, 다른 벽화에선 티투스(Titus)란 화가의 서명도 드러났다. 고대 로마식 이름이 아닌가. 서구 학계는 로마 변방의 유랑 화공 집단이 그린 것으로 추정하면서, 로마인 정착촌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이 기념비적 벽화가 나온 곳이 실크로드의 진주라는 고대도시 미란(米蘭)이다. 실크로드 현관인 둔황에서 서남쪽으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이 오아시스 도시는 흑풍(모랫바람)을 뚫고서 죽음의 모래늪 ‘백룡퇴’를 가로질러야 이르는 곳이다. 중국 <한서>를 보면, ‘누란 왕국’으로 유명한 선선국 땅으로 기원전~4세기 말 번성한 교역 거점이자, 숱한 승려들이 오갔던 불교 전파의 길목이었다. 스타인이 유물을 모조리 털어간 탓에 20세기 초 서구 탐험가들이 자행한 반달리즘의 아픈 상징이기도 하다.

미란에서 최근 한~당 시대 대형 주거시설과 불교 유적이 무더기 발견됐다고 한다. 스타인이 발굴한 유적 주위에서 36칸짜리 집터와 보루, 불탑·절터들이 줄줄이 나왔다. 부뚜막, 연통 등 주방과 음식 보관용 감실, 동물가죽 커튼을 친 거실 등은 모래에 파묻힌 덕에 며칠 전 것처럼 자취가 생생했다고 한다. 흑풍 몰아치는 사막을 건너 인도로 갔던 혜초 같은 신라승들은 분명 이런 거처에서 잠시 쉬며 인내행의 설법을 베풀었으리라.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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