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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박근혜와 서민감각 / 한귀영

등록 2013-02-24 19:22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다. 민주화 이후 가장 높은 득표율을 얻은 당선인이지만 막상 인수위 과정에 대한 평가는 혹독하다. 22일 발표된 갤럽 조사를 보면, 새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인데 박근혜 당선인이 직무 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32%에 이른다.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44%에 그치고 있으며 향후 잘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71%로 역대 정부와 비교해 낮다.

벌써부터 박근혜 정부가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특히 민주통합당 쪽에서는 상당수가 박근혜 정부의 실패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듯하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민주당으로서는 돌파구는커녕 퇴로도 없다 보니 이러한 믿음이라도 있어야 숨통이 트이기 때문이다.

물론 인수위 활동에서 박근혜 당선인이 보여준 모습은 실망을 넘어 상당히 위험해 보인다. 장관 후보자 등 새 정부를 이끌 면면들은 박 당선인의 의사를 고분고분 잘 받들 인사, 3공 시절로 회귀한 인사에 가깝다. 새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는 과정은 불통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결과만 좋으면 과정쯤이야 무시해도 좋다는 권위주의적 냄새가 폴폴 난다.

이러한 우려는 이미 선거 과정에서도 예견되었고 보수진영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후보가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서민감각’ 때문이다. 서민의 삶이 더없이 팍팍해지고 점점 희망을 상실해가는 시대, 서민을 알고 서민과 통하고 서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감각이 결정적 구실을 했다.

지난 대선 결과가 잘 보여준다. 월평균 소득 200만원 이하의 가난한 서민들이 박근혜 당선인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이들이 박 당선인을 지지한 것은 무지해서도 선전 선동에 혹해서도 아니다. 자신의 고단한 삶이 현재보다 좀더 나아지리라는 절박한 기대와 그 실현 가능성에서 문재인 후보보다 박근혜 당선인이 더 신뢰를 주었다. 민주당과 진보정당은 서민의 지지를 얻고자 경제민주화와 복지 등 강력한 정책으로 무장했지만 가난한 이들의 마음의 빗장을 열지 못했다. 야권에 없고 박근혜 후보에게 있었던 것, 바로 서민감각이다.

박근혜 당선인의 서민감각은 산업화 시대를 경험한 중장년 서민층의 성장에 대한 원체험과 박정희 시대의 향수와 불가분 관련이 있다. 가난이 생존을 위협하던 시대, 성장은 분배를 위한 필요조건이었다. 그 고단한 시대를 견뎌온 서민들의 상당수는 성장을 통해 윗목은 물론 아랫목까지도 훈훈해지는 분배의 경험을 했다. 박 당선인의 서민감각은 이러한 역사적 경험의 산물인 셈이다. 그렇다고 그의 서민감각을 아버지 시대의 유산으로만 폄하할 수는 없다. 박 당선인 자신이 수많은 선거를 이끌면서 시장과 동네 구석구석을 다니고 서민들이 원하는 바를 몸소 체득해왔다.

이 점에서 관념과 관성 차원의 서민정당인 민주당과 다르다. 박근혜 당선인의 서민감각이 지상에 단단히 뿌리내린 것이라면 민주당은 선거 때, 슬로건으로만 존재하는 서민정당에 가깝다. 민주당은 이미 오래전에 서민감각을 잊어버린, 그래서 땀냄새가 느껴지지 않는 추상적 정책으로만 서민을 위한 정당이다.

비록 박근혜 정부가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서민의 기대가 절절하다. 선거에서는 서민감각만으로도 이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구체적인 성과로 답해야 한다. 통치자로서의 치열함과 진정성, 능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그리고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의 실패를 기정사실화하고 그 틈새를 통해 생존하려는 행태를 버려야 한다. 박근혜의 ‘서민 코스프레’라도 제대로 배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hgy421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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