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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정중부의 난 / 노형석

등록 2013-03-04 19:20

12세기 무신 정변 ‘정중부의 난’이 새삼 회자되는 중이다. 국가정보원장에 내정된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이 2004년 재임 시절 군 개혁에 반발해 ‘정중부의 난’을 입에 올렸다는 언론 보도가 부각된 탓이다.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지만, 당시 발언이 조직적으로 은폐됐다는 군 내부 증언이 새로 나오면서 쟁점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1170년 일어난 정중부의 난은 ‘경인의 난’으로도 불린다. 대장군 정중부가 무뢰한이었던 영관급 산원 이의방, 이고와 짜고 의종의 보현원 행차 때 문신과 내시 140여명을 살육한 한국 사상 초유의 이 군사쿠데타는 고려 전·후기의 분수령이었다. 1961년 5·16 쿠데타의 역사적 뿌리로서 정변의 의미를 간파한 이가 1962년 주한 미대사관 참사관 필립 하비브(훗날 대사)였다. 그의 기밀보고서는 5·16의 배경이 군-민 파벌주의이며, 그 뿌리가 “한국의 근대 혹은 중세 역사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쿠데타인 정중부의 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지목했다.

정변은 의종이 벌인 무술경기에서 패한 노장군 이소응을 문신 한뇌가 뺨을 때려 조롱한 게 빌미가 됐다. 문신 우대 정책이 원인이라고들 하지만, <고려 무인 이야기>를 쓴 이승한씨 등 일부 학자들은 의종이 문신 견제를 위해 무신 친위세력을 키운 게 화근이 됐다고 주장한다. 선왕 인종 때 외척 문신들의 전횡을 겪은 의종이 친위군에 천민 출신들을 특채해 총애했으나, 문신들을 의식해 걸맞게 처우해주지 않은 특수한 정치상황이 야기한 참극이라는 것이다. 무신들은 “문신의 관을 쓴 이는 씨를 남기지 말라”며 ‘삼을 베듯’ 문신들을 죽이고 저택까지 헐어버렸다. 무신 통치기구 중방은 중앙정보부 같은 공포정치의 본산이었다. 이런 무신정권을, 몽골에 맞선 후예 삼별초를 앞세워 호국 상징으로 치켜세운 이가 5·16 주역 박정희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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