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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사회] 소수의견 / 김동조

등록 2013-03-04 19:25

김동조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저자
김동조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저자
올해 겨울은 예년에 비해 유달리 추웠다. 내가 자주 가는 카페들은 특히 더 추웠다. 정부가 전력 부족을 이유로 빌딩 온도를 20도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비싼 커피를 마시고 있었지만 실내는 노트북 컴퓨터의 타이핑이 어려울 정도로 추웠다. 하지만 종업원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죄송하지만 정부가 빌딩 온도를 제한하고 있어서 저희는 어쩔 수가 없어요.”

작년 여름에도 비슷한 풍경이 있었다. 정부는 전력난으로 ‘블랙아웃’이 예상된다며 빌딩의 실내 온도를 제한했다. 명동의 상점들은 에어컨을 켜고 문을 연 채 영업을 하다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그들은 졸지에 공익을 무시하고 자신의 이익만 차리는 이기적인 사람들이 됐다. 에어컨을 켠 채 문을 열고 영업하는 상점들한테 과태료를 물리기 위한 단속이 시작됐다. 상점들은 출입문만 관리하는 파트타임 직원을 고용하거나, 훨씬 많은 전력이 필요한 자동문을 많은 돈을 들여 설치했다.

돈을 주고 산 상품을 어떻게 쓸지는 보통 소비자가 결정한다. 하지만 전기처럼 공급자가 제한되고 가격이 공익을 위해 낮게 정해지는 경우, 판매와 소비에 정부가 개입하기도 한다. 소득이 낮은 사람들에게 값싼 전기를 공급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그래서 사람들이 얼마나 필요할지 정확히 예상하고 물건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전력수요 예측과 전력의 안정적 확보에 실패한 정부가 국민에게 사과하고 관련자가 책임지는 광경은 보지 못했다.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협조를 구해야 하는 정부의 태도는 고압적이며 방식은 비효율적이었다.

2월 초, 동반성장위원회는 제과점업을 비롯한 16개 업종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선정해 대기업의 진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이 조처로 동네 빵집의 500m 이내에는 대기업 계열의 빵집들이 매장을 새로 낼 수 없게 됐다. 많은 언론이 이를 환영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하는 순간, 중소기업은 아무리 노력해도 영원히 대기업이 될 수 없는 논리적 모순은 어떻게 해결할지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다. 대기업 계열 빵집이 생기기 전 동네 빵집이 과연 그렇게 좋기만 한 곳이었는지 그리고 동네 빵집의 어려움이 과연 대기업 빵집 때문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대기업이 동네 빵집까지 차지하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공분에는 분명한 사회적 맥락이 있다. 여러 정책적 배려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은 계속해서 투자 대신 현금보유를 늘리고, 정규직 고용은 줄였다. 보편적 복지를 확대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하자는 목소리도 외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행위에 대한 사회적 공분은 대기업의 특정 업종 진입 자체를 막는 것보다 자회사를 통해 회사 자산을 빼돌리고 공정한 경쟁구도를 깨뜨리는 행위를 엄단하는 방식으로 해소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런 일은 정부나 언론 입장에선 힘만 들 뿐 폼이 나지 않는다. 따라서 사회적 관심은 적고 지속적 조처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세상에는 개인이 전력을 낭비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다소 부당해 보이고 태도가 고압적이어도 정부가 하라면 따라야 한다고 믿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방법이 비효율적이며 취지가 훼손되는 정책도 선의만 충분하다면 밀고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나와 생각이 다르지만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사안들에 대해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같은 목소리만 나오는 게 불편하다. 봄은 오고 있고 작년보다 더 뜨거운 여름이 올지도 모르는데, 비싼 커피를 무더운 카페에서 당연한 듯 참고 마셔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나는 싫다.

김동조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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