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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사회] 시계(視界) 제로 / 한종호

등록 2013-03-13 19:22수정 2013-03-13 19:22

한종호 꽃자리 출판사 대표
한종호 꽃자리 출판사 대표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난마처럼 얽히고 있다. 수습책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진보와 보수의 대결 상태는 중간지대가 허용되지 않는 극단의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청문회를 통해 우리 사회의 ‘내로라하는’ 지위에 있는 이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적나라하게 보았다. 한국의 상류층에서 이 나라의 미래를 이끌 지도력 있는 인물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절망이 확산되고 있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고 정치권은 자기들 기득권에 매달려 싸우는 일에 몰두한다. 그들만의 투쟁과 그들만의 잔치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정치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지는 이미 오래다. 그러나 “그래도, 그래도” 하면서 속는 셈 치고 여기까지 왔지만, 실망은 거듭되고 환멸은 깊어간다.

한쪽에서는 빚으로 실직으로 화재로 졸지에 삶의 터전을 잃고 신음과 절규가 흐르고 터지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자기들의 손익계산에 바쁜 채 서민들이 겪는 고통을 나 몰라라 하고 있다. 권력과 부를 쥔 이들은 제 몫을 하나라도 더 챙기는 데 몰두하고 있다. 여기서 배제된 이들은 어디서 희망을 찾을 것인지 오늘도 들판에서 헤매고 있다. 가진 자와 지도자들이라는 사람들이 이 땅에서 누리는 권리와 특권과 지위와 부, 그리고 대접은 끝이 없는데, 그 밑에서 힘겹게 하루하루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삶은 매일 무너져 내리고 있다. ‘국민행복시대’의 슬로건은 나부끼고 있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황폐해져 가고, 빈정거림이 일상의 언어가 되어가고 있다. 입으로 내뱉는 것이 욕이요, 한탄이요, 절망이다.

지금 한국 사회는 시계(視界) 제로이다. 분노의 표출은 새로운 희망을 찾아 나서는 에너지로 승화하지 못하고 있다. 체념과 비탄, 그리고 환멸의 반복에 그치고 있다. 경제는 언제 어떤 지경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정치는 이미 언급한 대로 비틀거리고 있다. 정치와 경제, 이 사회의 두 가지 핵심적 기둥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예수가 등장한 시대 역시, 시계 제로였다. 그러나 단 한 사람의 출현으로 세상은 대세가 바뀌기 시작했다. 이미 온 세상의 기운이 살벌한 겨울인데도 불구하고, 곧 봄이 온다고 하늘의 생명이 가진 힘을 인간세에 알리고 다녔다. 그를 공격하고 무너뜨리고자 하는 폭풍이 맹렬히 불어도 “그 바람을 가르고” 희망의 씨앗을 뭇 심령의 들판에 거침없이 뿌렸다. 흙색의 비를 품은 먹구름이 몰려와도, 이를 개의치 않고 인간의 다치고 아파하는 마음을 향해 자신의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서 그 마음에 사랑의 손길을 대고, 영혼에 생명의 입김을 불어넣어 병들고 죽어가던 이들의 삶을 소생시켰다.

봄이 대지의 숨결을 고르고 있나 싶더니 이제, 봄기운이 점점 완연해지면서 자연은 생명의 아름다움을 다시 드러내 주고 있다. 그런데 왠지 봄이 왔다는 시정(市井)에 봄기운을 느낄 수 없다. 아직도 겨울이라고, 봄은 아직 너무도 멀리 있다고 외쳐대는 얼어붙은 얼굴들, 분노와 허탈의 늪 속에 잠겨 있는 마음들이 응어리져 있다. 봄은 하늘에서 벼락 치듯 급작스럽게 오지 않는다. 언 땅 뚫고 새싹 돋듯 봄은 작은 소리로 스며들어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하여 세상을 완전히 뒤바꾸지 않는가.

이렇듯 희망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소리 없이 선행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역사의 무게를 감당하면서 앞으로 진전하는 이들이 있다. 작은 소망을 담아, 큰 용기로 만들어내는 이들이 있다. 이들의 삶과 이들의 선택과 이들의 의지에 눈을 떠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낙망과 패배주의에 젖은 세대를 일깨우고 사랑의 기운을 서로 나누는 자리를 곳곳에서 만드는 기쁨이 있다면 희망은 우리에게 그렇게 오지 않을까.

한종호 꽃자리 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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