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범 대중문화평론가
#. 안내글
케이블 채널 코미디에 ‘남조선인민통계연구소’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안 보신 분을 위해 설명하면 이런 식입니다. ‘남조선… 연구소’는 남파 간첩 훈련시키는 북한 기관입니다. 개그맨 이용진이 교관이고 양세찬이 간첩 후보입니다. 양세찬 ‘동지’를 ‘남조선 배달원’으로 침투시키려고 합니다. (이용진, 전화 거는 시늉)“자장면 왜 이렇게 안 와요?” (양세찬)“죄송합니다. 배달이 밀려서.” (이, 양세찬의 머리를 갈기며)“간나 새꺄, 남조선 배달부는 진실을 말하지 않아.” (양, 잠깐 생각하더니)“예~. 출발했어요.” (이, 흡족하게 웃으며)“길티(그렇지), 길티. 이제 양 동지를 남조선 배달원으로 침투시키갔어.”
이번엔 편의점 알바로 침투시키려 합니다, (이)“만두랑 삼각김밥 레인지에 얼마나 돌리면 돼요?” (양)“만두 3분, 삼각 김밥 30초요.” (이)“간나 새꺄. 남조선 편의점 알바는 레시피를 말해주지 않아.” (양)“거기 써 있어요.” (이)“길티, 길티.”
#. 본편
(이)“양 동지를 남조선 검사로 침투시키기 위해 테스트를 하갔어. 자, 이 사건 조사해 봐.” (양, 서류를 본 뒤)“이 사건은 언론이 의혹을 제기할 근거가 충분해 공소유지가 힘들고, 또 국민적 관심이 쏠려 있어 추적보도는 국민의 알 권리에 부합하니 기소하지 않는 게….” (이, 양세찬의 머리를 갈기며)“간나 새꺄, 남조선 검사는 정부가 언론을 고소한 사건을 불기소처리하지 않아.” (양, 잠깐 생각)“정부를 흠집낼 목적으로 확증 없이 의혹만 제기한 무책임한 보도이므로 기소하겠습니다.” (이, 흡족한 웃음)“길티, 길티.”
(이)“이번 건 뭐야?” (양)“전 정권 고위 관료이자 야당 간부가 뇌물 받은 사건인데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승산이 없으니 항소하지 않는 게….” (이)“간나 새꺄. 남조선 검사는 무죄 났다고 절대 항소를 포기하지 않아.” (양)“새로운 증거 하나 없이 또 들이밀면 국민들이 욕하지 않을까요?” (이)“간나 새꺄. 남조선 검사들은 머리가 좋아.” (양, 잠깐 생각)“그럼 일단 항소해 놓고 그 관료의 다른 혐의를 발표해 여론을 물타기 하죠.” (이)“길티, 길티.”
(이)“저기 여자 피의자가 절도죄로 잡혀왔어. 조사해 봐.” (양, 피의자에게)“잘봐줄 테니까, 이리 와 봐.” (이)“간나 새꺄, 그런 건 따라하지 말고. 문제 되면 바로 짤린다고. 저기 민간인 사찰 혐의로 불려온 공무원 조사해봐.” (양, 조사한 뒤)“이건 구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공무원이 양심선언해서 다 알려졌어요. 여기 구속영장입니다.” (이)“간나 새꺄. 삼일 뒤에 총선이잖아. 남조선 검사는 선거가 임박해선 관료들 구속 안 해.” (양)“나중에 문제 되면 제가 짤릴지도….” (이)“안 짤려. 그래야 안 짤려.”
(양)“청와대가 관련된 사건인데, 수사를 막는 검찰 간부에 대한 항의 표시로 다른 검사들이 사표 낸다는데, 저는 어쩌죠?” (이)“그걸 몰라서 물어?” (양, 주머니에서 사표를 꺼내 찢어버린다.) (이)“길티, 길티. 자, 이제 양 동지가 검사장으로 승진했어. 축하해.” (양)“재벌 총수 구형량을 낮추라고 했다고 후배들이 물러나라는데요.” (이)“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양)“검찰의 명예를 실추시킨 데 대해 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도록….” (이)“간나 새꺄. 너 미쳤어?” (양, 바로 태도를 바꿔)“니들이 나를 흔들려고 해? 니들도 나가. 그렇게는 못해.” (이)“길티, 길티. 이제 양 동지를 남조선 검사로 침투시키갔어.”
#. 후기
정부도, 검찰총장도 다 바뀌었으니 양세찬이 검사로 침투한다 해도 이대로 했다간 금방 간첩임이 들통나겠죠.^^
임범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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