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시론] 북한은 미국의 MD 개발의 일등공신 / 박한식

등록 2013-03-27 19:25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학 교수·정치학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학 교수·정치학
미국은 자국 본토에 대한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가능성을 이유로 들어 2017년까지 10억달러를 들여 알래스카 포트그릴리 기지에 지상 발사 요격미사일 14기를 추가 배치함으로써 미국 서부 해안의 미사일방어(MD) 전력을 50% 증강시키기로 했다. 미국의 엠디 체계 구축은 실제 시험에서 요격시스템의 성공률이 50% 정도에 지나지 않아 그 실효성이 의심되고 ‘세금 낭비’란 비판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미국이 여기에 공을 들이는 것은 장거리 유도탄은 이미 다수의 국가가 보유하고 있기에, 엠디 체제 개발을 통해 미국의 상대적 우월성을 점유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엠디 구축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왔고, 엠디 개발사업은 미국 군사산업의 결정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미국 본토를 파괴하겠다는 위협에 대해 워싱턴은 ‘일소’에 부쳤다. 미국은 북한 미사일의 본토 타격 가능성에 주목하는 게 아니라, 엠디 구축을 위한 예산 확충의 명분을 북한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엠디 군비 확충의 최대 수혜자는 군사산업에 있으므로,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위협은 미국 군산복합체에 큰 선물을 준 셈이다. 한국 또한 미국의 무기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로서 미국 군산복합체 육성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은 국제관계에서 새로운 도전을 맞고 있는데 바로 중국의 부상이다. 냉전 이후 영원한 우방도 적도 없는 냉혹한 국제관계 속에서 중국과의 정치적 패권경쟁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한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이란 외교정책 기조를 유지하며 극동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번 엠디 확충은 중국을 견제해 동아시아의 군사패권 유지를 위한 교두보로, 동시에 극동지역 경제 진출을 위한 보호망으로 사용될 것임을 표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도록 중국이 압력을 행사하라는 미국의 강력한 메시지”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는 어긋난 견해다. 첫째, 엠디 확대는 미국이 북한과의 평화적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고,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존중한 것이다. 둘째, 중국은 대북정책에서 북한의 핵문제 타결도 중요하지만, 북한 체제가 붕괴하지 않고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데 좀더 집중하고 있으며, 미국의 군사적 압력에 굴해 자국의 국제적 위상을 굽히지도 않을 것이다. 오히려 시진핑 지도부는 미국의 군사적 압력에 군비 증강을 통해 미국과의 패권경쟁에 나설 것이다. 셋째, 설사 미국의 종용으로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가한다 하더라도 평양은 자국의 안보가 보장되지 않는 한 핵개발 포기란 없을 것이다. 요컨대 미국의 엠디 강화는 중국에 미국과 맞설 정당성만 제공하는 데 그쳤다.

시진핑 시대의 중국은 ‘중화부흥’이란 슬로건을 새롭게 표방했다. 그 어느 때보다 중국인의 자부심을 강조하며 강대국으로서의 자국의 국제적 위상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시진핑 시대 출범 초기부터 나타난 극동지역의 패권 야심과 연결된 것으로, 이번 미국의 엠디 강화는 분명 미·중 양국 간의 패권 다툼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이뤄질 것이라는 징후이다. 과거 미·소 양대 체제에서 한민족은 고난과 역경 속에서 반세기를 지내 왔는데, 이제 남북한이 미·중 간의 아시아지역 패권경쟁의 소용돌이 속에 또다시 들어가고 있다. 한민족에게 새로운 민족수난의 위기가 도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학 교수·정치학

<한겨레 인기기사>

“맨날 말썽만 피우더니…” 새누리당도 김재철 MBC 사장 해임 반겨
‘철근 부실시공’ 청라 푸르지오 고발하기로
어맨다 녹스 ‘섹스스릴러’ 또 한번의 반전?
대선 여론조작 댓글 국정원 직원 더 있다
미 동성애자 권익투쟁 반세기…승리의 서막이 열린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