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
4대강 사업이 완료되고 난 첫해인 2013년 봄, 낙동강 주변 농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4대강 사업 덕에 홍수피해가 줄어 4대강 주변 농민들이 특히 이 사업을 극찬한다던 정부의 일방적 홍보와 달리, 낙동강 주변에서 농사짓는 농민들은 평균 수심 6~7미터의 4대강 보 담수로 인한 농지 침수피해를 입었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싸움을 하고 있다. 4대강 보 담수로 강 수위가 농지보다 더 높아졌고 그러자 수압 등에 의해 강물이 제방 아래로 흘러 제방 이편 농지의 지하수위를 상승시켜 침수피해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4대강 사업 전에는 농지를 파면 7~8미터 아래에서 지하수가 나오던 것이 이제는 1~2미터만 파도 지하수가 그득하다는 것. 이 때문에 파종한 작물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썩어버려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대표적으로 경북 고령군 우곡면 객기리 ‘연리들’ 20만평과 고령군 다산면 노곡리, 칠곡군 약목면 무림리와 덕산리에서도 현재 침수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들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고 4대강 주변의 무수한 농경지에서 유사한 피해가 날 것으로 보여 걱정이다.
4대강 보 담수로 인해 지난여름에 일어난 ‘신종’ 홍수피해로 아직까지 싸우고 있는 지역도 있다. 바로 경북 고령군과 성주군 그리고 칠곡군 약목면이 그런 곳이다. 지난여름 태풍 산바가 왔을 때 낙동강이 합천창녕보로 막히자 강물이 미처 빠지지 않았고 그 때문에 지천으로 강물이 역류해 회천의 제방이 세 곳이나 터지면서 홍수피해를 입혔다. 그 결과로 고령군 일대 딸기밭 수백㏊와 농가 주택과 개진농공단지가 물에 잠겼다. 보로 막힌 본류 때문에 지천에서 터지는 새로운 홍수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경북 성주군에서도 같은 식의 홍수피해가 일어났다. 칠곡군 약목면은 칠곡보로 막힌 낙동강으로 인해 소하천의 강물이 빨리 배수가 되지 않아, 쏟아지는 빗물을 배수로가 수용하지 못하고 역류해 이 일대 농경지를 대부분 침수시켜 버렸다. 이로 인해 이곳 농민들은 막대한 피해를 봐야 했다. 그런데도 농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올해 파종은 했지만 또 같은 피해를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래서 이곳 농민들은 말한다. 관리수위를 낮추라고. “관리수위를 2~3미터만 낮추면 농사짓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고, 홍수피해도 걱정 없을 것”이라면서 말이다.
4대강 주변에서 이런 새로운 유형의 홍수피해가 양산되는 것이 바로 과거에 없던 초대형 보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초대형 콘크리트보가 이른바 ‘관리수위’로 물을 가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관리수위’란 것이 지금과 같이 높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에만 그렇게 해서 8억톤의 강물을 추가 확보했다 하지만 이 강물을 쓸 용처가 아직 없다. 따라서 “관리수위를 낮추라”는 농민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관리수위를 조금 낮춘다고 해서, 쓸 물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손해가 나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녹조대란, 물고기 떼죽음, 신종 홍수피해, 그리고 제방과 보의 붕괴와 같은, 4대강 사업 뒤 강에 나타나는 치명적인 변화의 해법으로 4대강 보를 해체하거나 수문을 상시 개방하는 것이 불가하다면 관리수위라도 낮추라. 그래야 농민들만이라도 우선 살 수 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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