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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소비의 논리 / 정영무

등록 2013-04-07 19:23

한국인들이 휴대전화를 가장 자주 바꾸는 국민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휴대전화 이용자들의 연간 제품 교체율은 67.8%로 세계적으로 단연 앞섰다. 이용자 중 3분의 2 이상이 휴대전화를 새것으로 바꿨다는 뜻이다.

1973년 4월 미국 모토롤라 연구소에서 탄생한 휴대전화는 40년 만에 삶과 일, 놀이의 중심에 자리잡았다. 호모 사피엔스는 호모 모빌리언스로 진화했다. 당시 마틴 쿠퍼가 개발한 다이나택은 무게 1㎏, 길이 23㎝의 벽돌폰이었으나, 두께는 1㎝ 이하로 얇아졌고 컴퓨터 기능을 대체할 정도로 진화했다. 휴대전화를 유독 자주 바꾸는 것은 기술 발전이 계속되고 있고 한국이 휴대전화 제조 강국이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멀쩡한 휴대전화를 새것으로 바꿔 절반 이상이 사장되거나 버려지는 현실은, 장 보드리야르가 말한 소비사회의 논리가 가장 잘 적용되는 현장이다. 보드리야르는 <소비의 사회>에서 산업자본주의 핵심에는 기술 발전보다도 인간의 허영과 욕망을 부추기는 유혹적인 소비의 논리가 있다고 보았다.

상업자본은 공간의 차이, 다시 말해 가격의 차이가 나는 서로 다른 두 공간에서 이윤을 획득한다. 반면 산업자본은 시간의 차이를 이용해서 이윤을 남긴다. 공간의 차이처럼 시간의 차이는 원래부터 주어진 것이 아니라 새로운 유행을 만드는 산업자본의 행위 자체가 시간 차이를 만들어낸다. 곧 계속 새로운 제품을 생산해 기존 제품을 버리고 새 제품을 사도록 유혹한다. 산업자본은 시간 차이를 만들어내는 데 한계가 없어 상업자본보다 이윤 획득 논리가 탁월하며, 유행은 소비자들이 아니라 산업자본이 만들어낸다는 보드리야르의 지적이 귀를 울린다.

정영무 논설위원 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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