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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전쟁의 우연성 / 김의겸

등록 2013-04-09 19:17

합리적으로만 따지면 한반도에서 전쟁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남과 북 모두 불바다가 돼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전 <전쟁론>의 저자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의 본질을 세 가지로 압축해 제시하는데, 그 가운데 하나로 우연성을 들고 있다. “전쟁이란 따지고 보면 대부분이 불확실성의 영역에 속한다. 군사행동의 기초를 형성하는 것 중 4분의 3은 지극히 애매하고 불확실한 구름에 잠겨져 있다. 전쟁은 우연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나머지 본질 둘은 폭력성과 정치적 목적성이다. 또 그는 전쟁이 적군과 아군 사이의 교호적인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예기치 않게 터진다는 것이다.

특히 극도로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이 우연성은 가공할 결과를 낳는다. 미국의 수학자이자 미래학자인 존 캐스티가 쓴 를 보면, 현대 생활을 뒷받침하는 시스템은 철저하게 얽혀 있다. 인터넷은 전력망에 의존하고, 전력망은 다시 석유·석탄·핵발전에 매달리고 또다시 전기를 필요로 하는 제조기술과 엉킨다. 너무나 밀접하게 얽혀 있어 한 시스템이 재채기를 하면 다른 시스템들은 곧바로 폐렴에 걸릴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시스템의 복잡성이, 매우 드물고 경악스러우며 사회적 파괴력이 엄청난 ‘X사건’을 초래한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2007년 세계 금융위기,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참사 등도 이런 X사건으로 꼽을 수 있다.

지난 3일 북한의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공격한 해커그룹 어노니머스는 회원정보를 빼내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런 해커그룹이 북한 무기 통제 시스템에 접근하다가 전쟁의 방아쇠를 당기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이런 참사를 피하는 길은 역시 남북 간에 신뢰와 소통의 길을 닦는 수밖에 없다.

김의겸 논설위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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