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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동학혁명일, 이제는… / 박임근

등록 2013-04-09 19:20수정 2013-04-09 21:39

박임근 사회2부 기자
박임근 사회2부 기자
내년이면 선조들이 1894년 ‘반외세·반봉건’을 외쳤던 동학농민혁명 120돌이다. 60년이 두번이니 2주갑을 맞는다. 동학농민혁명은 프랑스 시민혁명, 독일 농민혁명, 중국 태평천국의 난과 함께, 세계 4대 근대시민혁명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동학농민혁명은 후손들한테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2004년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동학농민혁명의 국가기념일 제정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다.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 제정의 필요성은 특별법을 공포하면서 나왔다. 전국 관련 단체들은 회의를 통해 동학농민혁명 전공 연구자들에게 기념일 논의를 위임했다. 그동안 거론됐던 기념일은 △정읍 고부봉기(음력 1월10일) △고창 무장기포(3월20일) △부안 백산대회(3월25일) △정읍 황토현 전승(4월7일) △농민군 전주 입성(4월27일) △공주 우금치전투(11월8일) 등이다. 이 중에서 정읍 황토현 전승과 고창 무장기포가 유력했다. 2007년 1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명예회복 심의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는 고창 무장기포일을 기념일로 의결했다. 학계는 무장기포가 농민군이 정식으로 포고문(결의문)을 발표하고, 전국 봉기를 선포한 날로 보고 있다. 이 포고문을 계기로 조직적 대오를 이뤘고, 국지적 농민항쟁에서 전국적 농민전쟁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때 정읍 황토현 전승일을 지지하는 세력 일부가 반발하면서 기념일 제정은 무산됐다. 이들은 정읍 황토현 전승의 역사적 의의를 내세웠다. 농민군이 관군과 전투를 벌여 이날 최초로 황토현(전북 정읍시 덕천면)에서 대승을 거뒀고, 이 전투가 최초의 전쟁 양상을 띤 전투로서 관군을 격파해 혁명의 불길이 전국으로 확산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또 국민 인지도 측면에서도 정읍 황토현이 적합하다는 근거를 들었다.

특별법에 따라 2010년 2월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출범한 뒤, 2011년 다시 기념일 제정을 논의했다. 2011년 4월 모두 23명으로 ‘동학농민혁명기념일 제정 추진위원회’가 꾸려졌다. 그러나 고창 무장기포일과 정읍 황토현전승일이 맞서면서 급기야 2011년 8월 일부 세력이 회의장에 난입해 위원회 활동이 중단됐다. 접점을 찾지 못하자,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은 2012년 6월 국민 여론조사를 통한 기념일 제정을 추진했다. 또 ‘특별법 제정 공포일’(양력 3월5일)이 특정 세력에 치우치지 않아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다며 기념일 후보로 추가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서로 합의를 못 이뤄 무산됐다. 반대 단체들은 “역사적 사실에 의거해야 할 기념일 제정을 여론조사로 추진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7일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새 이사장에, 언론인 출신으로 전북도 정무부지사를 지낸 김대곤(65)씨가 추천됐다. 기념재단 이사회가 김씨를 차기 이사장에 선임하고 문화체육관광부에 승인을 요청했다. 동학농민혁명에 애정이 많은 그가 기념재단 제2기 진용을 잘 갖춰 기념일 제정을 비롯한 혁명사업을 제대로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북발전연구원 장세길 박사는 “상당수 단체에서 동학농민혁명 2주갑의 의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행정기관과 민간단체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지 않아 기관별·지역별로 독자적 행사를 구상중이다. 2주갑 기념사업 공론의 장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동학농민혁명 기념일 제정이 지난해 해를 넘길 때, 기념일제정 추진위의 한 위원과 통화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이렇게 탄식했다. “갑오 선열들에게 도저히 얼굴을 들을 수가 없으니,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후손들이 아직까지 기념일 하나도 제정 못 하고 있으니 우리 모두 죄인이지요.”

박임근 사회2부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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