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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파이로프로세싱 / 오태규

등록 2013-04-10 19:31수정 2013-04-10 22:40

내년에 만료되는 한-미 원자력협정의 최대 쟁점은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 문제다. 원전 원료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우라늄 농축도 중요하지만 우라늄 연료 시장이 공급자에서 수요자 시장으로 변하고 있는 추세를 고려하면 재처리에 비해 비중이 떨어진다.

재처리 문제가 예민한 것은 그 과정에서 추출되는 플루토늄이 핵폭탄의 재료로 전용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16년부터 현재 가동중인 23기의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 원료의 저장 능력이 원전별로 포화상태에 들어간다. 이른바 ‘화장실 없는 맨션’의 문제가 본격화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미국 쪽에 요구하고 있는 게 ‘파이로 프로세싱’(건식 처리 공법)을 통한 재처리 권리의 확보다. 우리나라의 재처리 추진파들은 이 방식으로 재처리를 하면 우라늄을 반복 재활용할 수 있고, 사용후 핵연료의 부피, 발열량, 방사성 독성도 크게 줄어 고준위 폐기물 처리장의 면적을 기존의 100분의 1로 축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더구나 이 방식으로는 플루토늄을 단독으로 추출할 수 없어 핵확산의 우려도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파이로 프로세싱이 결코 ‘꿈의 만능 기술’이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이 기술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실험실 수준의 단계에 불과하다. 상업화가 가능할지도 의문이지만 상업화할 수 있다고 해도 안전성과 경제성이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더욱 결정적인 건 이 기술로도 핵무기 전용이 가능한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검증되지 않은 기술에 목매달기보다 작은 실수가 치명적 재앙으로 이어지는 원전에서 서서히 젖을 떼는 것이 현명하다. 그것이 3·11 동일본 대참사에서 배울 수 있는 값진 교훈이자, 북한의 ‘핵 맹동주의’를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길이다.

오태규 논설위원, 트위터·페이스북 @ohtak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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