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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검찰, 또 가이드라인 따를 것인가

등록 2013-04-26 20:04수정 2013-04-26 21:53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사건이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은 ‘정치검찰’이란 오명 대신 공정한 수사를 택할까. 사진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 조형물 ‘서 있는 눈’에 비친 대검찰청. 김정효 기자 <A href="mailto:hyopd@hani.co.kr">hyopd@hani.co.kr</A>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사건이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은 ‘정치검찰’이란 오명 대신 공정한 수사를 택할까. 사진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 조형물 ‘서 있는 눈’에 비친 대검찰청.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토요판/리뷰&프리뷰] 다음주의 질문
다른 이유로는 도무지 설명하기 힘들 일들이 있다.

2010년 6월29일, 언론 보도로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이 폭로됐다. 7월5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어설픈 사람들이 권력을 남용하는 사례가 간혹 발생하고 있다. 정부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문제가 확인되면 엄중하게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날 총리실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 등 3명이 직위해제, 출국금지에 이어 8월11일 구속기소됐다.

배후로 지목됐던 박영준 당시 국무차장은 대통령 발언과 같은 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자신은 공직윤리지원관실 신설에 관여하지 않았고 보고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설픈 사람들’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검찰은 그를 조사조차 하지 않고 수사를 끝냈다. 박 차장은 2년 뒤에야 검찰 재수사 끝에 기소됐다. 재판에서 그는 불법사찰 지시 사실을 시인했다. 그동안 검찰은 뭘 했을까. 대통령의 속내를 거스르지 않으려 한사코 눈감고 귀 막은 것은 아닐까.

2009년 12월23일, 이명박 대통령은 “검찰이 그동안 상당히 긍정적인 변화를 일궈낸 것을 안다. 요즘 수사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걸핏하면 정치수사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수사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지 않나. 흔들림 없이 철저히 수사해달라”고 격려했다. 바로 전날, 참여정부 출신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불법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의 소환통보와 체포에, 야당은 ‘정치수사’라며 반발했다. 한 전 총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기 전날에도, 검찰은 다른 혐의가 있다며 압수수색을 벌였다. 그렇게 ‘흔들림 없이’ 수사했지만 지금까지 재판에서 한 전 총리는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고, 검찰은 비난만 받았다.

그제부터 본격화한 검찰의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를 두고도 주문과 간섭이 많다. 사건 당사자인 국정원은 직원 김아무개씨의 개인 문제이며, 사이버상에서 ‘종북세력을 감시’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뜬금없게도 <조선일보>까지 거들고 나섰다. 맹목적 진영논리 말고 다른 이유가 있을까.

사건의 축소·은폐 의혹을 받는 경찰도 당사자다. 경찰은 대선 직전 김씨에게 혐의가 없다고 성급하게 발표했고, 검찰에 사건을 넘길 때도 “공직선거법 위반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검찰 수사 역시 이 선을 넘지 않기를 바라는 이들은 더 없을까. 또 검찰이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우위를 차지하려 이번 기회에 경찰을 욕보이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전망도 있고, 경찰이 다른 사건으로 수사 검찰을 옥죄려 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그러다가 자칫 사건이 왜곡될 수 있다.

선거의 정당성을 의심받게 됐다는 점에서 또 다른 당사자인 여당 쪽 간섭은 더 노골적이다.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보다 직원 김씨에 대한 인권유린이 더 심각한 문제라며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대선 직전에도 같은 말을 했다.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는 대선 사흘 전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김씨가 감금을 당했다며 ‘인권침해’ 문제를 제기했고, 다음날 유세에선 김씨가 ‘무죄’라고 말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일까.

이해당사자들의 이런 간섭이 검찰로선 부담스러울 것이다. 권력이 가리키는 대로 가면 당장은 쉽고 편한 길이다. 달콤한 보상도 있다. 하지만 그 길에 끝이 있다는 것은 이제 경험으로 안다. 검찰이 불신의 손가락질 속에 중수부 간판을 내린 것이 불과 엊그제다. 이번에도 그 길로 가면, 혹은 검찰 개혁론이 불붙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줄타기만 하려 한다면 더한 참화가 기다린다고 봐야 한다. 사실, 해야 할 일을 내 방식대로 제대로 하는 ‘마이 웨이’, 그 이상의 가이드라인이 또 어디 있겠는가.

여현호 사회부 선임기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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