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는 이미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었지만, 개인도 사회도 아직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나부터가 그렇다. 심리적 부적응이 있다. ‘짧고 굵게’ 담론, 고로롱 팔십까지 산들 뭣하겠는가 따위, 한 부서에서 40살 이상 직원 수를 뻔질나게 헤아리며 그 비율로 고령화 부서라고 규정하는 따위.
따지고 보면, 시대착오적 언어의 혼란이다. 고령화 시대의 핵심은 ‘길어진 중년’이다. 미국 <뉴욕 타임스>의 과학 담당기자가 신경과학과 뇌과학, 의학, 사회학의 최신 연구 성과를 섭렵하고 과학자들을 직접 인터뷰하여 쓴 책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2011)를 보면, 중년의 나이는 40살부터 68살까지다. 일례로 2004년 발표된 ‘시애틀 수명 종단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1956년부터 40여년 동안 시애틀의 20~90살 남녀 6000명을 대상으로 7년마다 계산능력·지각속도·어휘·언어기억·귀납추리 등 6개 범주의 인지능력 검사를 했는데, 20대나 30대보다도 40~65살이 최고 수행력을 보여줬다. 또한 40~65살에 받은 성적이 이들이 20대 때 받은 성적보다 좋았다. 인간 뇌의 절정기는 청년기가 아니라 중년기이며 중년 뇌가 가장 뛰어나다는 게 이 연구의 결론이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중년 나이대는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뇌는 40~68살에도 계속 성장한다. 뇌세포 중 미엘린이라는 백색 피막은 이해력과 관련있는데, 이것이 중년 말기에도 자란다.
인구 중 65살 이상이 7%가 넘으면 된다는 고령화 사회는 말 그대로는 ‘늙어가는 사회’다. 이보다는, 사태의 핵심을 드러내는 ‘길어진 중년 사회’가 옳다. 국내에서도 60살 정년 시대가 2016년부터 열린다 한다. 뒤집어 보면, ‘가장 뛰어난 뇌’를 지닌 61~68살 중년들이 일을 멈춰야 한다는 뜻.
허미경 책지성팀장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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