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콩이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삼국시대 초기부터라고 한다. 조선시대 실학자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곡식이란 사람을 살리는 것으로 그중 콩의 힘이 가장 크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유익한 콩이지만 속담 등에서는 부정적인 용도로 훨씬 많이 쓰인다.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마구 지껄이는 모양을 ‘콩팔칠팔’이라고 하고, 몹시 흥분해 팔팔 뛰는 것은 ‘콩 튀듯 팥 튀듯’ 한다고 말한다. 시루에 떡을 찔 때 콩과 팥을 순서 없이 넣은 모습에서 비롯된 ‘콩켸팥켸’는 사물이 뒤섞여서 뒤죽박죽된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일부 지방에서는 ‘콩 팔러 갔다’는 말이 세상을 떠났다는 뜻으로 쓰인다.
콩가루는 ‘어떤 물건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진 상태’를 의미하는데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사건 이후 청와대가 보인 모습은 딱 콩가루 집안이다. 끈끈한 유대감 등은 눈곱만큼도 없이 작은 바람에도 흩어져 날아가는 가벼운 콩가루의 모습 그대로다. ‘콩밭에 소 풀어놓고도 할 말은 있다’는 식의 뻔뻔한 기자회견을 한 윤창중씨야 말할 것도 없지만, 청와대 참모들의 마음도 오직 콩밭(어떻게 하면 대통령의 마음에 들어 자리를 계속 보전할까)에만 가 있다. 그런 상태에서 서로 네 콩이 크니 내 콩이 크니 하며 콩팔칠팔하고 있으니 국민은 이번 사건에 대해 청와대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곧이듣지 않게 됐다.
청와대의 이런 한심한 모습은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 그대로다. 박근혜 대통령이 눈에 콩깍지가 씌어 윤창중씨 같은 수준 이하의 인물을 발탁한 것이나, 헛된 충성심만 가득 찬 참모들로 청와대 진용을 짠 데서부터 이미 예고된 참사다. 이런 오합지졸 청와대가 하루아침에 바뀔 것 같지도 않다. 콩밭에 가서 두부 찾는 식의 졸속이 아니라 원점에서부터 차근차근 고쳐나가길 바란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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