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유전체학은 정보기술에 비유된다. 0101의 디지털 부호가 개인용 컴퓨터(퍼스널 컴퓨터·PC)를 거쳐 정보화 시대를 당겼듯이, ATGC의 염기서열 부호가 개인별 유전체(퍼스널 게놈·PG)를 거쳐 맞춤형 의료혁명을 당길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정보기술은 유전체학의 발전에 밑바탕이었다. 디엔에이가 이중나선 구조임을 발견한 지 60년을 맞은 2013년 게놈 해독의 속도는 인간게놈프로젝트가 끝난 2003년과 비교해도 현기증 날 정도다. 기기별로 다르지만 30억쌍 인간 염기서열을 하루 만에도 해독할 수 있는 시대다.
정보화 시대에 개인정보 유출로 프라이버시 침해가 쟁점이 되듯이, 최근엔 학계와 해외 언론에 ‘게놈 프라이버시’가 오르내려 눈길을 끈다. 연구용으로 공개된 익명의 게놈 정보를 역추적해보니 게놈 주인의 신원을 파악하는 게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연구소의 생물정보학자가 반복 염기서열의 조각을 다른 연구용 정보와 비교하고 다시 인터넷 공개 정보와 교차 검색을 해보니 놀랍게도 익명은 실명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다른 연구자인 하버드대학 연구팀은 염기서열 정보 없이 익명의 게놈에 붙은 나이, 출생일 같은 조각 정보로도 상당히 정확하게 신원을 추적했다. 논문들은 각각 <사이언스>(1월)와 학술 데이터베이스(arXiv.org, 4월)에 발표했다.
아직 유전자 정보가 실생활에 널리 쓰이진 않으니 이런 결과는 경고음 정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미래 사회에서도 이대로라면 문제는 커진다. 게놈 정보는 취업, 보험, 대인관계 등등에 큰 영향을 끼친다. 유전자 정보는 어디까지 활용될 수 있고 누가 어떤 권한으로 관리할 수 있는가는 중요한 쟁점이다. 퍼스널 게놈의 그늘에도 의료혁명의 기대 못잖은 관심이 필요하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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