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1일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위해 부산항으로 입항하여 미국 핵항공모함 니미츠호)9만7000톤급) 갑판 위로 미군들이 도열해 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도발은 누가 하는가'라는 논평을 통해 니미츠호의 해상훈련을 맹비난했다. /미국 해군 제공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올해 상반기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이번주에야 마무리됐다. 키 리졸브와 독수리 훈련으로 4월말에 끝나는 예년과 달리 올해는 유난히 길었다. 5월 들어 대잠수함 연합훈련과 항공모함 타격훈련이 곧바로 이어졌다. 내용 면에서도 미국이 보유한 세계 최강의 무기들이 총동원됐다. 스텔스폭격기(B-2)와 스텔스전투기(F-22), 핵무기를 투하할 수 있는 전략 폭격기(B-52)가 한반도 상공에 떴다. 핵추진 항공모함(니미츠호)도 나타났다.
올해 한-미 훈련이 이처럼 강도 높게 진행된 것은 북한이 지난해말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이어 올 2월 핵실험을 한 것과 관련이 있다. 유사시에는 언제든지 북한의 핵을 선제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무력 과시 성격이 짙다. 북핵이 점차 현실화하는 데 따른 우리 국민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한 목적도 담겼을 것이다.
강화된 군사훈련 덕분에 한반도에 평화가 튼튼해진 건가? 이제 안심해도 좋은가?
답은 반대다. 남북간 직통전화는 단절됐으며, 남북간 화해와 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도 가동 10년 만에 완전히 멈췄다. 또 불안한 휴전상태를 그나마 뒷받침하던 정전협정이나 남북 불가침 합의가 북한의 일방적 폐기선언으로 휴짓조각이 됐다. 국제법적으로는 남과 북은 전쟁상태여서 우발적 충돌이 전면전으로 언제든지 번질 수 있다.
물론 한-미 군사훈련은 오래됐다. 그런 면에서 “연례적”이라는 우리 쪽 설명은 맞다. 키 리졸브, 독수리 훈련의 뿌리는 1976년부터 시작된 팀 스피릿 훈련이다. 팀 스피릿 훈련은 1992~93년에 잠깐 중단됐다가 1994년부터 한-미 연합 전시증원연습(RSOI)으로 재개됐다. 2008년부터는 이름을 키 리졸브, 독수리 훈련으로 바꿨다. 키 리졸브는 지휘소 훈련이며, 독수리 훈련은 실제 병력을 동원하는 기동훈련이다. 또 매년 8월 중순에는 을지프리덤 가디언 훈련이 있다. 을지프리덤 가디언의 역사는 1954년 포커스렌즈 훈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십만명의 병력이 참여하는 봄 가을 훈련 모두 세계 최대 규모다.
이런 훈련을 우리는 “방어” 목적으로 실시한다고 설명하지만, 훈련 때마다 북한은 “북침연습”이라면서 강력하게 반발해왔다. 대응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때로는 해안포나 미사일 발사로 맞서기도 했다. 특히 1993년 팀 스피릿 훈련 재개를 이유로 들어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했다. 1차 핵위기를 부른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한-미 군사훈련 때마다 북쪽의 반발로 남북관계가 출렁거렸으며, 이명박 정부 때부터는 개성공단 출입 통제 등 반발의 강도를 높였다. 급기야는 이번에 개성공단의 가동을 멈추게 했다. ‘방어적’ 군사훈련이 남북관계뿐 아니라 동북아 긴장을 가져오는 ‘공격적’ 소재가 된 셈이다.
군사훈련은 안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현실에서는 군사훈련을 강화할수록 전쟁의 위험은 더 커진다. 위협을 느낀 상대방도 맞대응에 나서기 때문이다. 이른바 ‘안보 딜레마’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억제하는 강력한 안보 수단인 한-미 군사훈련도 같은 처지에 놓였다.
총체적 안보를 강화하는 목적에 맞도록 한-미 군사훈련을 재조정할 시점이다. 필요하다면 군사훈련을 과감하게 유보하거나 축소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자면 군사훈련을 중단하거나 줄이면 북한의 위협에 굴복하는 것이 된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평화를 위한 좀더 용기있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태우 정부는 팀 스피릿 훈련을 유보하는 결단을 내림으로써 남북 기본합의서를 채택해, 공존의 시대를 열었다. 서독 역시 베를린 위기 이후 동독과의 군사대결을 피하는 대신 화해와 협력을 확대해 결국 평화통일을 이뤘다.
김종철 정치부 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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