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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사회책임경영, 진화해야 한다 / 이현숙

등록 2013-05-26 19:18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지난해부터 경제민주화와 더불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임기 초 박근혜 정부는 대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꽤 강도 높게 요구하고 있다. 대기업도 새 정부의 사회적 책임 채근에 사회공헌 활동비도 늘리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다.

정부와 대기업이 눈높이를 맞춰가는 와중에 올해 들어 대기업들의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유독가스가 누출되는가 하면 안전사고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또 기업 오너들의 범법과 편법 행위가 그치지 않는 와중에, 관행으로 벌어지던 ‘갑의 횡포’인 하청업체 부당행위가 사회 전체를 흔들 만큼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기업들을 살펴보면 그간 사회책임경영을 잘한다는 평판을 받아왔던 기업들이 많다. 마치 사회책임경영을 하는 기업이 사고에 더 취약하다는 극단적 오해마저 불러일으키는 지경이다. 물론 현실에서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사회책임경영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이들 기업이 그간 ‘사회책임경영(CSR) 워싱’을 해왔다는 문제 제기이다. 사회책임경영 워싱이란 친환경을 내세우지만 실제 친환경이 아니고 ‘척’만 한다는 ‘그린 워싱’에 빗댄 표현이다. 진정성 없이 겉치레로 사회책임경영을 흉내만 내왔다는 뜻이다.

점점 더 많은 소비자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당연하게 여긴다.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진 만큼 책임도 커지고 있는 셈이다. 진정성 없이 겉으로 드러내기 위한 사회공헌 활동은 오히려 불신을 낳기도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와 기업 활동 내용의 간극이 커진다면 기업들이 사회공헌에 쏟는 노력과 투자액이 아무리 늘어도 제대로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실제 최근 6년 사이 기업들이 사회공헌에 쓴 돈이 두 배 넘게 늘었지만,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좋지 않다. 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 ‘아주 못한다’거나 ‘못한다’ 등 부정적 대답이 60%를 넘는다. 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20%대에 지나지 않는다.

사회책임경영의 동기와 목적을 다시 짚어 봐야 할 때가 왔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제안이 나오고 있다.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책임에 대해 연구하는 시에스아르(CSR) 인터내셔널 설립자이자 대표인 웨인 비서는 최근 발간한 <책임의 시대>에서 새로운 형태의 사회책임경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비서 대표가 해법으로 제시한 총체적 사회책임경영은 전체적인 관점에서 경영을 하고, 모든 문제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 아래 포괄적으로 접근해 궁극적으로 시스템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비서 대표의 해법처럼 사회책임경영을 사회공헌 활동, 환경보호 등에 한정할 게 아니라 지배구조, 협력업체 관계 등 기업의 모든 영역에 확장해 적용해야 한다. 그간의 잘못된 관행과 실패를 거울삼아 이번 기회에 사회책임경영을 제대로 해야 한다. 사회책임경영을 제대로 하면 기업은 편법 승계를 스스로 예방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 수 있고, 협력업체와의 문제가 생기기 전에 미리 자정 노력도 할 수 있다.

최근 사고를 낸 기업 가운데 공교롭게 사회책임경영을 잘하는 기업이 끼여 있어 사회책임경영 자체에 대한 불신이 생기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사회책임경영의 개념을 오히려 한 단계 진화시켜야 한다. 비서 대표 말처럼 기업의 모든 영역으로 확장한 총체적인 사회책임경영은 기업은 물론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전략으로 진화할 수 있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h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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