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새내기 시절, 한 선배가 했던 말을 잊지 못한다. 당시 교정엔 민족해방 계열 운동권의 “양키 고 홈”이란 구호가 넘쳐났는데 그와 내가 속해 있던 동아리는 그쪽이 아니었다. 그 선배는 민족주의란 여기에도 붙고 저기에도 붙는 맹목적 믿음이라는 식으로 비판을 펴는 와중에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민족주의는 창녀와 같다.”
그 말이 일으킨 불쾌감에 나는 순간 말을 잃었던 것 같다. 돌아보면, 그는 남자였고 나는 그 특정 직종에 종사하는 분들과 같은 여성이었다는 점이다. 그 뒤 이따금 이런 생각을 했다. 어떤 주의·주장에 대한 견해를 떠나, 생계를 위해 성매매 직종에 종사하는 분들을 그 어떤 나쁜 것의 상징으로 비유하는 것은 옳은 일일까?
그와 유사한 비유법을 20여년 만에 듣게 되었는데, 박근혜 정부의 입으로 기용됐던 윤창중씨에게서다. 그는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정운찬·윤여준씨 등을 “정치적 창녀”로 비유했다. 그 말이 문제인 것은 그 인사들에 대한 원색적 표현이어서가 아니다. 성매매 여성들의 인격과 인권을 모욕하고 짓밟기 때문이다.
그 여성들이 그런 식으로 비유되는 것은 다른 어떤 이유보다도, 사회적 약자인 탓이다. 지금도 어떤 나쁜 행위를 약자한테 떠넘기는 비유가 재생산되고 있다. 희대의 연쇄살인범을 두고 “짐승”이라는 둥 말 못하는 동물에 빗대는가 하면, 종종 정신병자니 사이코패스로 규정한다. 이런 비유는 정신병 환자에겐 이중 고통이다. 강자가 약자에게 가하는 폭력이다. 수전 손택의 말을 따르면, 누군가 ‘편집증적 사회’라고 말할 때 편집증은 그 사회가 극복해야 할 그 무엇을 은유한다. 편집증을 앓는 소수자를 배제해야 할 대상으로 밀어낸다. 한나 아렌트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은 정신병리나 이념(인종주의) 탓이 아니라 윤리의 결핍 때문이라고 보았다. 윤리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줄 아는 능력, 곧 양심이다. 성추행을 저지른 윤창중씨에겐 그것이 없었다.
허미경 책지성팀장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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