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년 마피아 두목 알 카포네가 조세포탈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자 심복 마이어 랜스키는 조직 자금을 스위스 비밀계좌로 옮겼다. 37년엔 쿠바로 진출해 카지노와 도박, 경마사업에다 마약장사까지 하면서 자금세탁을 했다. 유명한 영화 <대부2>에서 알 파치노가 열연한 주인공 마이클 콜레오네와 맞서는 은발의 유대계 마피아 하이만 로스의 실제 모델이 그다. 59년 피델 카스트로의 혁명이 성공하자, 랜스키가 바하마로 다시 옮겨 뇌물로 자신만의 금융비밀제국을 건설한 것이 카리브해 연안에 조세회피처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계기가 됐다.
조세회피처의 원조는 역시 스위스다. 수백년 역사를 자랑하는 스위스의 금융비밀주의는 30~40개 가문의 자산관리 전략에서 시작됐다. 1713년 도시국가 제네바 의회가 고객 정보 발설 금지를 공식 결의한 이래 19세기 들어 제국의 성장과 함께 비밀은행업이 전성기를 맞았다. 여러 차례 터진 전쟁 속에서도 꿋꿋이 중립을 유지함으로써 모든 참전국과 거래해 엄청난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 1차 세계대전 뒤엔 유럽 국가들이 전쟁 비용을 치르기 위해 세금을 올리자 돈 많은 사람들이 풍광까지 좋은 스위스로 몰려들면서 조세회피 천국으로서의 기반을 굳혔다.(니컬러스 섁슨, <보물섬>)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로 모든 게 달라졌다. 부유층 탈세에 대한 국제적인 비난 여론 속에 2010년 스위스 최대 은행 유비에스(UBS)가 미국인 고객 4000여명의 명단을 미국 정부에 넘겼다. 최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오스트리아와 룩셈부르크 등이 은행 정보 공유 범위 확대를 약속하면서 다시 스위스에 눈총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부터 국제탐사언론인협회가 조세회피처 고객 명단을 공개하자 전세계에 파장이 거세다. 우리나라에서도 <뉴스타파>가 한국인 고객 명단을 순차 공개하면서 국세청이 역외탈세 혐의자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섰다. 재산 은닉과 탈세를 발본색원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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