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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우리금융 민영화, 어떻게 해야 하나 / 전성인

등록 2013-05-29 19:06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 우리금융지주의 매각과 관련하여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끝장 토론을 거쳐 몇 가지 중요한 매각 방향을 결정했다고 한다. 회수금액 극대화보다 조속한 민영화를 우선으로 한 점, 과거처럼 금융지주회사 형태를 유지한 채 그 지분을 매각하는 방법만을 고집하지 않고 필요시 금융지주회사를 해체하여 자회사를 분리 매각하기로 한 점, 광주은행과 경남은행은 별도 매각하기로 한 점 등이 그것이다.

아울러 사실 확인이 된 것은 아니지만 공자위는 우리은행을 외국자본에 넘기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이미 시중에는 우리은행을 케이비(KB)금융지주에 넘기기로 했다는 뜬금없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렇다면 이런 매각 방향은 적절한 것일까. 우선 필자가 동의하는 부분부터 살펴보자.

첫째, 회수금액 극대화보다 조속한 민영화를 우선시하는 방향 수정에 찬성한다. 회수금액 극대화는 국민의 조세가 투입된 매각 작업에서 지극히 당연한 원칙이지만 이것 때문에 민영화 자체가 지지부진했던 측면도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방향 수정은 공자위가 임의로 하기보다는 금융지주회사법 부칙 제6조를 개정하여 우선순위를 명시적으로 변경하는 정공법을 통해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조속한 민영화에 급급하여 회수금액 극대화 원칙을 완전히 포기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경영권 프리미엄 회수를 아예 포기하고 모든 주식을 국민주 방식으로 매각하는 것은 위법이다.

둘째, 광주은행과 경남은행의 별도 매각도 찬성이다. 비록 회수금액 극대화를 약간 양보하더라도 ‘국내 금융산업의 바람직한 발전’이라는 또 다른 매각원칙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다만 주의할 점이 많다. 우선 금산분리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이 지방은행들을 ‘지역 상공인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은행법 위반이다. 지역 상공인은 산업자본이기 때문이다. 이 지방은행들은 지역 경제의 번영에 관심이 있는 금융자본에 매각해야 한다.

아울러 정치권의 부당한 입김도 철저하게 차단해야 한다. 벌써 시중에는 지방은행의 매각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면서 모모한 국회의원의 이름이 떠돌고 있다. 특혜 시비 없는 투명한 매각만이 살길이다.

다음에는 필자가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다.

먼저 우리은행 매각시 외국자본의 참여를 배제하는 것은 반대다. 우리나라 은행법은 내외국인을 차별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외국자본을 배제하는 것은 은행법 위반이다. 또한 이것은 거의 확실하게 통상마찰을 유발할 것이다. 시장접근권을 제약하는 차별적 정책이기 때문이다. 공적자금의 회수 극대화 원칙에도 반한다.

혹자는 론스타 사례를 거론하면서 이런 정책을 두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론스타 사태의 대표적 문제는 론스타가 산업자본이었다는 것이지 외국자본이었다는 것이 아니다. 외국자본이라도 적격이라면 은행을 인수할 수 있어야 하고, 과도한 배당 쥐어짜기처럼 은행의 건전경영을 위협하면 금융감독을 제대로 하면 된다. 론스타 앞에서 오줌도 제대로 못 누면서 쩔쩔매던 금융감독 당국이 마치 국내 시장의 수호자인 것처럼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니다.

다음으로 우리은행을 케이비금융지주에 매각하는 것도 반대다. 자산 합계가 500조가 넘는 거대 은행들이 동일한 지배권하에 놓이기 때문이다. 이 두 은행의 시장점유율 합계는 산업은행을 제외한 민간은행 시장의 약 30%에 육박한다. 이 은행들 중 하나만 망해도 예금보험공사는 알거지가 될 수밖에 없는데 두 은행을 한곳에 묶어둔다는 것은 금융감독의 상식이 아니다.

혹자는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메가뱅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되뇌고 있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해외에서 자본조달을 못 하는 덩치 큰 은행이 아니라 해외에서 자기신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우량은행이다.

우리금융지주의 매각은 아이엠에프(IMF) 외환위기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수순이다. 공자위 매각 소위의 분투를 고대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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