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윤관석 의원이 만든 1분30초짜리 동영상이 관심을 끌었다. 영화 <레미레라블>에서 휴 잭맨이 부른 장발장의 ‘후 엠 아이’ 노래가 흘렀다.
“장발장은 빵을 훔쳤지만 윤관석은 국민의 마음을 훔쳤습니다. 중산층과 서민, 노동자가 행복할 수 있다면, 이 세상의 모든 을이 행복할 수 있다면, 언제든지 다시 국민의 마음을 훔치겠습니다.”
5월31일과 6월1일 1박2일 동안 진행된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는 의원 127명 가운데 107명이 참석했다. 자기 소개에 나선 의원은 50명에 불과했다. 열기는 별로 없었다. 그래도 의원들은 “서로의 인간적인 면모를 조금이나마 더 알 수 있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의원 워크숍은 대선 이후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는 당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기획되었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민주당이 무너지면 한국에는 대안이 없다. 민주당이 희망이다. 좌절과 절망은 역사에 대한 죄악이다”라고 했다. 민주당 집권의 역사성과 당위성을 강조한 것이다.
일요일인 6월2일 국회 사랑재에서는 민주당 지도부와 당 소속 시도지사들의 ‘을을 위한 정책간담회’가 열렸다. 민주당 소속 시도지사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모두 8명이다. 차기 대선주자들이 모인 탓인지 간담회는 시종 활기를 띠었다. 6월3일 의원회관에서는 박용진 대변인 등 당내 진보파 정치인들이 모여 ‘민주당 혁신진로 찾기 토론회’를 했다. 민주당에서는 최근 이처럼 ‘계층성’을 되찾기 위한 안간힘이 이어지고 있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5월31일 민주당 토론회에서 “정치개혁의 핵심은 정치제도 개선이 아니라 민생 개선을 통한 정치효능감의 진작”이라고 지적했다. 강자와 약자 사이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되 상대방을 악으로 규정하고 처단해야 한다는 식의 구도는 피해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반성과 변화의 조짐이 민주당에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정치에서 정당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에게 정치적 조언을 구함으로써 과거와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최장집 교수는 안철수 의원이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드는 과정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장집 교수는 3일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주최한 학술회의에서 “기존의 정당, 기존의 언론은 서민으로 통칭되는 소외세력의 소리를 대표하지도, 대변하지도 않는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신당이 만들어질 경우 서민을 대변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는 셈이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당내에서 손꼽히는 친박근혜 인사다. 그런 그가 청와대를 향해 “모든 현안은 당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놀라운 일이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심지어 “원내대표 길게 해봐야 1년이다. 청와대 거수기 안 한다. 여야가 생산적인 국회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우리가 못하면 안철수 의원만 신나지 않겠나. 야당과도 이심전심이다”라고 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3일 김한길 민주당 대표를 찾아갔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를 찾아갔다. 여야 원내대표의 이런 행동을 정치 이벤트로 폄하할 필요는 없다. 여야가 서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정치를 복원하기 위한 노력으로 봐주는 것이 온당하다.
대한민국 헌정사는 오랫동안 ‘통치의 시대’를 거쳤다. 노태우 정부에서 여소야대 시절, 그리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이 ‘정치의 시대’였다. 사회 양극화, 청년 실업난 등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난제를 통치로 해결할 수 있을까? 없다.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정치를 살려야 한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와 타협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보다는 통치에 익숙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요즘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중심으로 정치가 되살아나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서도 참 다행스런 일이다.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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