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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6·15 정신 실천’과 국가보안법 / 김보근

등록 2013-06-09 19:26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6·15 정신 실천조차 국가보안법 위반인 시대가 된 것일까.’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해 결성된 청년 모임 ‘소풍’이 최근 겪고 있는 고통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온 나라가 6년여 만에 남북 통일장관 회담이 열린다고 기뻐하는 가운데, 정작 남북이 그렇게 화해의 길을 가야 한다고 주장해온 청년단체는 보안법의 올가미에서 갇혀 있는 상황이다.

대학 시절 학생운동에 참여했던 이들을 포함한 젊은이들이 청년단체 소풍을 결성한 것은 2006년이었다. 대부분 직장인들이기도 한 이들은 ‘6·15 공동선언이 실천되는 한반도’를 꿈꿨다. 이를 위해 이들은 휴일 등을 이용해 “도라산·비무장지대 평화기행, 연천 평화농활, 투표독려운동, 독거노인을 위한 반찬봉사활동” 등을 해왔다.

그런데 4월30일 아침 7시께, 난데없이 서울경찰청 보안2과 소속 형사들이 소풍 회원 10여명의 집에 들이닥쳤다. 혐의는 무시무시하게도 ‘이적단체 구성’ 등 국가보안법 위반이었다. 검찰은 이미 이아무개 전 대표를 불구속기소했고, 다른 회원들에 대한 조사도 이어가고 있다.

당사자들이 당하는 고통은 너무나 큰데, 경찰과 검찰의 ‘이적단체’ 주장은 너무 허술하고 구시대적이다. 이들의 논거에는 ‘무엇이 국가의 안전을 진정 위태롭게 하는 것인가’에 대한 깊이 있는 판단이 결여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주요 주장을 보면 소풍에는 △대학 총학생회 연합인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에서 활동한 회원들이 많고 △북한과 회합·통신을 했으며 △6·15 공동선언 및 10·4 선언 이행 투쟁을 했다는 것 등이다. 모두 이치에 닿지 않는 주장이다.

한대련 간부 출신이 많다는 것을 문제 삼으려면 우선 국회와 청와대로 가야 한다. 민주당뿐 아니라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에서도 학생운동 출신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검찰의 주장은 마치 국회의원이 아니면 남북문제에 대해 입도 뻥긋하지 말아야 한다는, 시민들에게 재갈을 물리는 주장처럼 들린다.

‘북한과의 회합·통신’ 주장도 문제다. 소풍 쪽에서는 2008년 금강산에서 열린 두차례 대중행사에 참여한 것뿐이라고 항변한다. 모두 이명박 정부의 허가 아래 열린 행사다. 검찰 논리라면 정부 허가 아래 북한 주민을 만난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모두 잠재적 보안법 위반자인 셈이다.

남는 것이 6·15 정신 실천이다. 6·15 정신은 쉽게 말해 남북이 전쟁하지 말고, 평화·번영을 함께 모색하자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에만 국한된 화두도 아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남북 장관회담에 나서는 것도 큰 틀에서 6·15 정신이다. 검찰은 소풍이 ‘우리민족끼리’ 등 북한이 쓰는 용어를 사용한 것을 문제 삼았다고 한다. 하지만 함께 번영의 길로 가자면 상대방에 대한 이해는 필요한 일이다. 류 장관이나 박근혜 대통령은 남북 장관급 회담이나 정상회담 때 북한에 대해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언어만 쓸지 궁금해진다.

국가보안법은 인권 침해 위험성이 큰 탓에, 대체입법 뒤 폐지해야 한다고 오랫동안 비판받아왔다. 장기적으로 그렇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이전이라도 생각해볼 일이 있다. 전쟁이 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높았던 지난 3~4월 소풍 회원들은 ‘6·15 정신으로 전쟁만은 막자’고 외쳤다. 이에 반해 일부 극우단체와 보수 언론은 ‘수백만이 죽는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연 누가 이 시기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한 것인가?

진정 국가의 발전을 고민한다면, 이제 사문화되다시피 한 보안법을 자구대로 해석하는 ‘교조주의’는 넘어서야 하는 때라고 생각한다. 6·15 13돌이 이제 며칠 앞이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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