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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정치 스포츠 ‘골프’ / 김의겸

등록 2013-06-11 19:12

골프를 향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애정은 유별나다. 대통령에 오른 뒤 청와대 안에 골프연습장을 설치했고, 1983년엔 청남대에도 만들었다. 한 골프잡지 인터뷰에선 “재임 시절에도 라운딩하기 전날에는 소풍을 앞둔 학생처럼 맘이 설레 잠을 설쳤다”고 말했다. 실력도 역대 대통령 중 최고다. 공인 핸디캡은 12이고 여든을 훌쩍 넘긴 지금도 드라이버샷 거리가 230m에 이른다고 한다. 부창부수인지 부인 이순자씨까지도 홀인원을 기록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남들 몰래 조용히 친다고 해서 ‘용각산 골프’라는 별명을 얻었다. 골프장을 자주 찾았지만, 남들 눈에 띌까 극도로 경계했다. 핸디캡은 18로 쇼트게임에 능했고, 경기를 신중하게 운영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영삼·이명박 전 대통령은 골프 금지령을 내렸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아예 못 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론에는 밝았지만 실력은 시원찮았다고 한다.

군인 대통령들이 골프를 잘 치게 된 배경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있다. 1966년 찢어지게 가난하던 시절인데도 사관학교 생도들을 위해 태릉 골프장을 만들어줬다. 국내 세번째 골프장이었다. 서울 인근 군부대의 일반 사병들을 동원해 땅 파고 밀고 잔디 심으면서 지었다. 이후 70년부터는 군의 사기 앙양을 위해 대통령배 각 군 대항 골프대회까지 시작됐다.

미래 한국을 이끌고 나갈 인재들은 국제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골프를 알아야 한다는 게 건설 이유였다. 하지만 그보다는 쿠데타로 집권한 박 전 대통령이 군인들을 순치하기 위해 ‘어른들을 위한 놀이터’를 마련해준 것으로 보는 게 더 합리적일 것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현재 어린이대공원 자리에 우리나라 첫번째 정규 골프장을 만들었다. 주한미군들이 골프를 치러 일본 오키나와로 가는 수고를 덜어주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의 힘을 얻기 위한 전략적 선물이었다. 골프는 한국에서 가장 정치적인 스포츠였던 셈이다.

김의겸 논설위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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