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호 공학박사
최근 원전 사고와 관련해 납품 비리, 불량 부품, 전력공급 비상 문제가 연일 각종 언론에서 보도되더니 결국 대통령은 “용납하지 못할 일”, 국무총리는 “천인공노할 범죄”라고 개탄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해법이 없는 것은 문제가 아닌 운명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금 우리 사회가 우려하는 잦은 원전 사고와 전력공급 차질 문제는 원인과 해법이 있는 문제라는 사실이다.
원전은 핵에너지를 열에너지→운동에너지→기계에너지→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에너지 전환 장치이다. 이러한 에너지 전환이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게 각종 보조기관이 동시에 돌아가야 하고, 또 발전된 전기는 여러 단계의 변전 시스템을 거쳐 소요처로 보내어진다. 그리고 원전 시스템의 운전은 거의 100%가 자동인데, 이 원전의 구성요소는 다양한 금속과 이들을 감싸는 단열 및 절연재다.
그런데 금·백금을 비롯해 인간이 개발해 사용하는 40여 종류의 금속들은 예외 없이 부식되는 특성이 있어 녹슬며 소모되어 간다. 그래서 원동기, 발전기, 보조기관, 자동화 운전 시스템, 송배전 시스템의 안전수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 가운데 부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이번 국내의 원전 사고와 관련해 관계기관의 대책방안들이 수시로 언론에 보도되는데, 이들을 종합해보면 사고 원인 분석에서 무언가 빠진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불량 부품이 사고의 원인이라면, 정품으로 교체하면 즉시 발전이 가능해야 한다. 그런데 장기간의 끔찍한 전력공급 비상 문제를 예고할 정도로 원전의 재가동이 어렵다는 것은 지금까지 밝혀진 원인 이외에 다른 원인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필자는 일찍이 초대형 원동기, 발전기 및 보조기관의 운전과 유지관리 관련 교과서를 저술하여 강의하던 중에 이 기계장치들의 운전사고에서 예외 없이 부식 문제가 있음을 보게 되어 부식 세계를 탐구하기 시작하고 36년 만에 겨우 부식에 눈을 뜨게 되었다.
필자가 보기에 원전 운전사고의 주원인에는 예외 없이 부식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데, 지금 원전 사고를 분석하는 연구소 및 감사팀에는 부식을 제대로 공부한 이가 단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시점 국내의 과학기술은 대부분의 분야가 이미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고, 또 일부는 정상 그룹에 올라섰음을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총생산(GNP) 5% 정도의 경제적 손실을 만들어내는 부식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방식공학만은 아직도 후진국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담컨대 지금과 같은 잦은 원전 운전사고는 정치권력도, 그 누구의 엄포도, 한전 사장 교체도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기술적으로 사고의 근본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여 기술적인 해법을 찾을 때라야 비로소 치유가 가능하다. 일례로 자동화 시스템에서 컴퓨터, 집적회로, 솔레노이드 밸브, 릴레이 스위치 등의 부식 특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부식 문제, 곧 스위치 온 시 제반 회로 간 접점에서 열이 발생하고, 오프 시 냉각되면 결로가 발생할 수 있고, 이때 결로에 의한 부식으로 단자에 녹이 발생하여 저항(R)과 전류(I)의 변화를 가져와 발열은 코일의 절연물에 해를 끼치고, 전류 변화는 오작동의 근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가 있다.
이러한 손이 닿지 않고 보이지 않는 부식 문제는 원전뿐만 아니고 고속철도 차량 등 거의 모든 자동화 운전 시스템에서 공통으로 갖고 있다. 국내 원전 사고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 찾기를 원한다면 다음 사항만은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곧, 부식 방지 전문가를 확보해 정확한 부식 진단을 실시하고, 기존의 예방정비 시스템에서 부식 방지 대책에 대한 기술적 분석을 하며, 미국의 원자력 항공모함, 잠수함이 운영하는 방식관리 체계를 분석해 국내 원전의 유지관리 지침을 보완해야 한다.
이의호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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