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주먹감자 / 김종구

등록 2013-06-19 19:02수정 2013-06-20 08:59

상대방을 향해 주먹감자를 내지르는 행위는 거의 모든 나라의 공통된 욕이다. 이 제스처의 명칭은 나라에 따라 다양하지만 ‘브라 도뇌르’(영광의 팔)라는 고상한 프랑스 이름이 ‘국제적 공인용어’인 것 같다. 이 몸짓이 주로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 시작됐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위키피디아 사전을 찾아보면 ‘한쪽 팔을 엘(L) 자로 구부린 채 주먹의 손바닥 방향이 하늘을 향하도록 한 뒤 다른 한 팔로 굽힌 팔의 이두박근을 붙잡고 굽힌 팔뚝을 수직으로 힘차게 뻗어올리는 동작’이라는 자세한 설명도 나와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우산 제스처’라고도 불린다. 1953년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영화 <비텔로니>에서 빈둥거리는 청년 역으로 나온 알베르토 소르디가 혀를 입술에 말아 야유를 하며 주먹감자를 먹이는 모습은 ‘영화 속의 주먹감자질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이런 배경 탓인지 미국에서 ‘이탈리아 팔 인사’라고 하면 주먹감자를 지칭하는 말로 통용된다. 흥미로운 것은 브라질에서는 이 욕을 ‘바나나’라고 하는데, 우리가 ‘감자’라고 부르는 것과 흡사하다.

폴란드에서는 ‘코자키에비치 제스처’라고 부른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남자 장대높이뛰기에서 금메달을 딴 브와디스와프 코자키에비치가 자신에게 야유를 퍼부은 소련 관중에게 주먹감자 제스처로 앙갚음을 한 것에서 비롯됐다. 발끈한 소련은 폴란드 쪽에 코자키에비치의 메달 박탈을 요구했으나 폴란드 정부는 “코자키에비치가 주먹을 들어 보인 것은 팔에 쥐가 나서 무의식적으로 한 행동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코자키에비치를 감쌌다.

이란의 카를루스 케이로스 감독이 월드컵 최종예선전에서 한국에 승리한 뒤 최강희 감독 등 한국팀 벤치를 향해 주먹감자를 날린 것을 두고 논란이 무성하다. 케이로스 감독은 “최 감독이 인터뷰 등에서 먼저 도발했기 때문”이라고 변명했지만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도가 지나친 무례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