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원 통일외교팀장
꼭 63년 전인 1950년 6월25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김일성은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한반도 통일을 위한 전쟁을 일으켰다. 한 달 만에 낙동강 동쪽을 제외한 한반도 전역이 그의 손에 들어갔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잇따른 참전으로 어느 쪽으로의 통일도 불가능했다. 3년 1개월의 길고 고통스러운 전쟁은 500만명의 사상자와 전 국토의 폐허를 남기고 1953년 7월27일 멈췄다. 한반도는 전쟁 전과 비슷한 상태로 다시 분단됐다. 그리고 육십 간지가 지났다.
이 전쟁의 성격과 관련해 커다란 논쟁이 있다. 한쪽에선 이 전쟁이 1300년 동안 한 울타리 안에서 살던 사람들이 강요된 분단을 극복하기 위해 벌인 전쟁으로 ‘내전’의 성격이 강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이 전쟁을 ‘6·25전쟁’이라고 부른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이승만과 김일성이 1948년 각각 남북에 정부를 세운 뒤 한반도를 통일하겠다며 미국과 소련·중국의 지원을 요구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김일성은 1950년 초 소련과 중국으로부터 이 전쟁에 대한 지원을 최종 약속받았다. 소련의 상당한 무기와 항일전쟁·중국내전 때 동북항일연군·팔로군에 소속됐던 3개 사단 규모(3만명 이상)의 조선인 장병들이 북한으로 넘어갔다.
다른 쪽에선 소련에 의해 한반도 전체가 점령될 가능성이 컸던 1945년 8월, 미국이 북위 38도에 일본군의 무장 해제를 위한 선을 그었다는 사실을 제시한다. 미국은 스스로 한반도를 분할했음에도 1950년 2월 동북아시아 방어선인 ‘애치슨 라인’ 안에 한반도 남쪽을 포함하지 않았다. 앞서 1949년 10월 중국이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통일될 때도 미국은 사실상 방관했다. 따라서 1950년 한반도에서 일어난 전쟁은 주로 미국의 방조와 오판, 소련·중국의 지원에 의해 일어난 ‘국제전’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이 전쟁을 ‘한국전쟁’이라고 부른다.
1950년 전쟁이 통일을 위한 내전이었다는 주장이나, 미국과 소련 사이의 냉전으로 인한 대리전이었다는 주장 사이에는 모순이 없다. 오히려 이 전쟁의 두 성격을 잘 보여준다. 그래서 이 두 가설 가운데 어느 하나에만 의지해 이 전쟁의 원인과 결과를 찾으려는 시도는 불완전하다. 두 가설이 모두 고려돼야 이 전쟁의 성격이 온전히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이 전쟁의 성격을 내전으로만 규정한다면, 왜 미국과 소련·중국이 개입하고 사실상 세 나라가 이 전쟁을 주도했는지를 설명하기가 어렵다. 동시에 이 전쟁의 성격을 국제전에서만 찾는다면 왜 1950년의 전면전 이전에 한반도 남북에서 당시 정부에 대한 거센 저항이 일어났는지, 왜 38도선을 두고 남북간의 군사적 충돌이 계속됐는지를 설명하기 어렵다. 특히 국제전 가설은 김일성이 시도하지 않았다면 이 전면전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상식적 가정을 설명하지 못한다.
1950년 전쟁을 내전이나 국제전 가운데 어느 하나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는 현재와 미래에 한반도의 운명을 개척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전쟁에 대한 통합적 관점을 가져야 현재의 한반도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한반도의 사람들이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하려면 먼저 경제적·군사적 실력과 강고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 동시에 남북이 서로 화목하게 지내야 하고, 동아시아의 국제관계를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부합하도록 조정할 수 있는 외교적 역량도 갖춰야 한다.
이런 통합적 관점은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이다. 그것은 김일성처럼 한반도 내부의 군사력으로, 이승만처럼 한반도 외부의 힘에 기대어, 김구처럼 한반도 내부의 협상으로 통일 국가를 건설할 수 있다고 믿었던 역사적 실패들을 반복하지 않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김규원 통일외교팀장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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