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국적도 모르고 그가 어떤 삶을 살다 어떤 죽음을 맞았는지도 모르지만, 예순다섯살 나이 지긋한 한 여자의 뇌는 이제 지구촌 신경과학자들한테 ‘작은 우주’ 뇌를 탐사하는 지도가 됐다. 최근 독일·캐나다 연구팀은 10년 동안 작업을 거쳐 그의 뇌를 고해상도 디지털 영상으로 옮겼다. 이렇게 ‘빅 브레인’이라는 이름이 붙은 3차원 인간 뇌 지도가 태어났다. 그 결과는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보고됐다.
논문과 보도를 통해 들으니, 빅 브레인의 탄생은 2003년 일찌감치 시작됐다. 인간 마음과 정신의 현상과 질환에 관한 신경과학 연구는 빠르게 진전하고 있는데, 정작 상세하고 체계적인 뇌 지도는 없다는 문제 인식에서 비롯했다. 1900년대에 작성된 2차원의 뇌 지도나 최신의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얻은 수많은 3차원 뇌 영상이 있지만, 현대 뇌과학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는 지도로는 역부족이었다. 연구팀은 뇌질환을 앓은 적 없는 건강한 뇌를 찾아 3차원 디지털 지도를 제작하는 일에 나섰다.
연구자들이 설명하는 작업은 장인의 지극한 노동을 닮았다. 여러 달에 걸쳐 무른 뇌에 걸쳐 파라핀을 채우고, 불면 날아갈 듯 매우 얇은 0.02밀리미터 두께의 7404개 단면조각으로 잘랐다. 그 하나하나에 신경세포의 미세 구조가 잘 드러나도록 특수염색 처리를 했고, 현미경을 통해 고해상도 디지털 영상으로 제작했다. 차곡차곡 쌓인 7404개 영상은 3차원을 구현했다. 연구자들은 “구글어스처럼 높은 해상도로 뇌를 탐사할 수 있게 됐다”고 비유한다.
빅 브레인은 곧바로 더 많은 뇌과학 연구를 위해 연구용으로 공개됐다(bigbrain.cbrain.mcgill.ca). 남자 뇌와 젊은이 뇌의 특징까지 다 대표하진 못할지라도, 빅 브레인은 뇌 탐사 항해의 길잡이로서 구실을 다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 뒤편엔 연장 1000시간의 섬세한 연구노동과 과학 연구에 주검을 내놓은 이름 모를 기증자의 숙연한 죽음이 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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