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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송몽규, 그리고 백선엽 / 김이택

등록 2013-07-22 19:04

송몽규는 1917년 9월 북간도 명동촌에서 태어나 윤동주·문익환 등과 명동소학교, 은진중학교를 함께 다녔다. 윤동주와 한집에서 넉 달 먼저 태어난 고종사촌형으로, 은진중 3학년 때인 1934년 12월 <동아일보> 신춘문예 콩트 부문에 당선될 정도로 글재주가 뛰어났다고 한다. 장래가 촉망되던 18살 문학청년은 이듬해 4월 돌연 행방을 감췄고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수만리 떨어진 난징(남경)의 김구 선생을 찾아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

윤봉길 의거 뒤 장제스(장개석)는 우리 임시정부에 재정지원을 약속했고, 김구는 중국 육군군관학교 낙양군관학교에 비밀리에 한인특별반을 편성해 만주의 이청천·이범석까지 교관으로 끌어들여 독립전쟁을 위한 무관 양성에 나섰다. 그러나 국공내전 와중에 재정지원이 끊기면서 특별반은 2년여 만에 해산되고 만다. 송몽규는 다시 산둥(산동)성 지난(제남)으로 옮겨 새로운 독립운동을 준비하지만 6개월 만에 일본 경찰에 붙잡혀 함경도 웅기 경찰서로 이감된다.

석방 뒤 고향에 돌아와 잠시 용정 대성중을 다니던 그는 윤동주와 함께 연희전문에 들어갔다. 난징 시절 <신민>이란 잡지를 발간했고 연희전문에서도 <문우>지를 통해 문재를 떨쳤다.

이후 일본 교토제대에 유학해서도 항일운동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결국 도일 1년여 만에 터진 ‘재교토 조선인학생 민족주의그룹 사건’으로, 평생 그를 따랐던 윤동주와 함께 다시 구속된다. 둘은 1945년 패망 직전의 일제에 의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나란히 숨을 거뒀다. 생체실험 대상이 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지난주 명동촌에 들러 윤동주 생가 바로 옆에, 명패도 없는 그의 옛집을 우연하게 발견하고 한 애국 청년의 가슴 시린 짧은 생애를 알게 됐다. 귀국 직후 들려온 ‘백선엽상’ 제정 소식이 그래서 더 씁쓸하다. 동족 간 전쟁에서 세운 공로가 아무리 크다 한들 몸 던져 나라를 되찾으려던 독립투사들에게 총부리를 겨눴던 과오를 조금이라도 인정한다면, 스스로 사양하는 게 맞지 않았을까.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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