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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고령자 일자리사업의 진화 / 이현숙

등록 2013-08-18 19:18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지난 수요일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뜻있는 행사가 열렸다. 한겨레신문 시니어직능클럽이 현판식을 열어 출범을 알리는 자리였다. 한겨레신문 퇴직사우회는 은퇴자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 지원금을 일부 받아 시니어직능클럽을 만들었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한겨레신문 은퇴자들은 기사 작성, 교열, 글쓰기 강좌, 판매, 광고 등 여러 직무에서 자신의 경험을 살려 도움을 주고 약간의 보수를 받는다. 신문사 견학 프로그램과 같이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하는 행사 운영을 돕는다든지, 비영리단체의 뉴스레터와 회보 제작을 자문하는 역할도 할 예정이다. 시니어직능클럽의 출범으로 한겨레신문 은퇴자들은 경력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고령화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가 되면서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퇴직자를 위한 전용 일터를 마련해 운영하는 기업도 있다. 고려제강 언양공장에는 고려제강과 계열사 20여곳의 정년퇴직자 36명이 일하고 있다. 자동차 문을 여닫을 때 작동하는 쇠밧줄인 선재를 만드는 언양공장은 2008년 문을 열었다. 중국으로 기존 설비를 옮기면서 1년 넘게 비어 있던 공장을 회사가 정년퇴직자 재고용의 일터로 만들었다. 현장 경력이 30, 40년 넘는 이곳 직원들은 납기, 품질, 생산성 면에서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고 있다. 8시간 근무에 잔업과 특근은 없으며, 개별 조명과 완제품을 자동 운반하는 특수크레인도 갖췄다. 월 보수는 170만~200만원 수준이다.

고령자 일자리 마련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정부이다. 급격한 고령화와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발표된 노인 일자리 종합계획도 이런 정책 방향과 맥을 같이한다. 일자리 개수를 늘리고 보수는 올린다는 계획이다. 또한 기업 등 민간 분야에서 경력을 이어 갈 수 있는 일자리 만들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노인이 기업 내 사업 현장에서 인턴으로 채용돼 실습 훈련을 받는 시니어인턴십, 고령자에게 맞는 일거리에 노인을 고용하는 고령자 친화 기업 등이 추진되고 있다. 아울러 고학력 전문직 퇴직자를 위해 시니어직능클럽을 현재 30곳에서 향후 100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고령자 일자리를 위한 정부의 지원 방식이 진화하고 있지만 한계도 있다. 정부가 만드는 일자리 보수는 기본 생활비에 턱없이 모자란다. 2010년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60대 가구주의 경우 월평균 150만원 정도의 소득은 있어야 기본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 지원 노령자 일자리의 월 급여는 20만~3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시니어인턴십, 고령자친화기업, 시니어직능클럽 역시 업체에서 받는 임금과 정부 지원금을 합한 월평균 급여가 50만~70만원 수준이다. 2010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고령 임금근로자(55~79살) 절반가량이 ‘생활비 등 당장 수입이 필요해 일한다’고 응답했다. 고령자들은 당장 생활비가 절실한데 정부 정책은 아직 빈곤 계층을 위한 수혜형과 전문직 은퇴자의 봉사형 일자리에 그치고 있다.

이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나이 들어 평생 일하던 일자리를 떠나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베이비붐 세대 714만명의 퇴직이 향후 10년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후기 베이비부머(1964~74년생) 900만명까지 합쳐 무려 1600만여명이 앞으로 20년 내 은퇴를 맞이한다. 한 은퇴자협동조합 이사장의 말처럼 은퇴(retire)란 타이어를 갈아 끼우고 앞으로 남은 인생을 다시 달린다는 새 출발의 의미가 더 크다. 이런 새 출발의 발판이 될 수 있게 고령자 일자리 사업은 더 진화해야 한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h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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