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취재원을 붙들고 인터뷰나 전자우편 취재를 하다 보면 물음을 어떻게 짤지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괜찮은 물음을 던질 때 괜찮은 답변을 듣는 경험을 자주 하기 때문이다. 서로 물음을 공감해야 대화는 쉬워진다. 과학에서도 물음은 매우 중요하고, 특히나 ‘과학이 풀어야 할 열 가지 물음’처럼 물음 자체가 관심거리가 되곤 한다. 과학이 워낙 세분화, 전문화하다 보니 시야를 넓히는 큰 물음의 가치는 높아 보인다. 최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일요판 <업저버>에 과학의 큰 물음 스무 가지를 정리한 글이 실렸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정체가 여전히 아리송한 우리 우주는 무엇으로 이뤄져 있는가? 40억년 전 지구 생명체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디엔에이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인간다움은 어디에서 비롯하는가? 의식이란 대체 무엇인가? 왜 우리는 잠을 자고 꿈을 꾸는가? 물질은 반물질과 쌍을 이뤄 다 소멸하지 않고 지금 이렇게 존재하는 이유는 무얼까? 이런 원천적 호기심과 함께 현대 인류가 처한 지구 차원의 문제를 푸는 데에도 과학은 주목받는다. 산업화 이후 증가한 탄소는 어떻게 회수할까? 더 많은 태양에너지를 얻을 방법은 무얼까? 슈퍼박테리아에 어찌 대처할까? 암은 정복할 수 있나?
훨씬 더 짜임새 있게 선정한 큰 물음은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2005년 창간 125돌을 맞아 전한 과학의 물음 125가지다. 그중에서 중요 물음으로 간추린 스물다섯 가지를 살펴보니 우주의 구성, 생명의 기원이나 지구온난화 문제처럼 앞의 스무 가지와 비슷한 물음도 많다. 과학의 큰 물음에는 대체로 미지의 궁극에 대한 호기심이 담겨 있고 인류의 이상적 미래에 대한 소망이 담겨 있는 듯하다. 아마도 과학은 호기심과 꿈이라는 바퀴로 추동되는 인류 자산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큰 물음이 주목받는 건 작게 바라보기에 익숙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세상을 크게 바라보는 생각의 여유를 주기 때문일 것이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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