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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차기전투기 도입 사업 관전법-스텔스 전투기로 잃은 것 / 최종건

등록 2013-09-30 19:03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전투기와 같은 대형 무기 도입 사업에는 네가지 요소가 고려된다. 무기의 성능, 가격, 운영 비용 그리고 기술 이전이다. 아무리 최첨단 무기라 할지라도 예산을 초과하면 구입할 수 없다. 유지 비용과 후속 군수 지원도 가격만큼 중요하다. 또한 최신 무기를 국내에서도 생산할 수 있도록 중요한 기술을 국내 방위산업에 이전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 좌초된 차기 전투기 도입 사업은 이 네가지 요건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지난 2년 동안 성능과 가격 사이에서 정부는 갈팡질팡하였고, 안보환경에 대한 종합적 비전도 부족했다. 그 결과 스텔스 기능을 보유한 F-35는 예산 초과로, 유럽산 유로파이터는 계약조건 위반으로 최종 탈락했고 노후 기종 개량형인 F-15SE가 단독 후보기종이 된 것이다.

그러자 은퇴한 역대 공군참모총장들이 연판장을 돌려 스텔스 전투기가 아니면 주변국과 북한을 억지할 수 없다고 강력한 우려를 표명했다. 결국, 보잉의 F-15SE는 부결되었고 차기 전투기 도입 사업은 원점 재검토라는 결론으로 종결되었다. 문제는 돈과 성능이었다. 8조3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사용해야 하는데도 “40년 전 기종을 구입해야 하느냐”는 여론이 들끓었다. 온 나라가 스텔스 기종을 원하는 목소리가 지배하게 된다.

국방부는 조속히 사업을 재개한다고 한다. 당연한 결론이다. 최근 충북 증평군에서 추락한 F-5 전투기는 공군 전력 노후화의 방증이며, 전력 공백을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는 논리는 일리가 있다. 얼마나 급하면 공군참모총장이 한때 ‘아무 전투기나 사달라’고 했을까. 그러나 따질 건 따져야 한다. 차기 전투기는 국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구입하기 때문이다.

첫째, 스텔스 기능에 대한 과도한 맹신은 한국의 주적관을 북한은 물론이고 일본과 중국으로 확대시켰다. 이러한 과도한 위협 인식이 우리 안보와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스텔스 기능이 현대전에는 중요하나 전투기를 마법의 투명 양탄자로 만들지는 못한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는 텔레비전 방송용 초단파(VHF)를 이용해 스텔스를 감지할 수 있는 레이더를 개발하고 있다는 게 확인됐다. 따라서 스텔스는 최신 기종이지만 최후 기종은 아니다.

셋째, 여전히 비용과 불확실성은 유효하다. 현재 F-35는 미국 공군조차 가격을 예측하기 어려운 기종이라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대외군사판매(FMS) 제도를 통해 도입한다 해도 계약 맺을 시점의 가격으로 도입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게다가 FMS 관련 규정인, 개발중인 기종의 생산 중단 위험을 구매자도 떠맡으라는 ‘야키 웨이버’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예산 초과, 납기 지체, 개발 위험 등을 감수할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넷째, 특정 기종을 특정 시기에 구매해야 하는 상황은 이미 본사업이 우리의 주도 사업이 아니라 판매자 주도 사업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곧, 가격 및 성능 경쟁은 이미 붕괴되었고 우리의 협상력은 무너졌다. 성능과 가격은 판매자가 결정하고 우리는 따를 수밖에 없다. 이를 보완할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우선 한국형 전투기 개발 사업(보라매 사업)을 위해 최종 선택 기종의 업체에 기술을 이전하고 개발업무 분담을 확실하게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곧, 차기 전투기 사업과 보라매 사업을 확실히 연계해야 한다. 이 기회에 보라매 사업에 불을 지펴야 한다.

차기 전투기 도입 사업은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특정 기종이 한국 안보에 만병통치약은 아닐 것이다. 지금은 마치 특정 기종을 구매하기 위해 사업을 몰고 간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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