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미국이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지지했다. 집단자위권은 동맹국이 공격받았을 때 일본이 대신 반격할 수 있는 권리다. 평화헌법에 묶여 있던 일본을 미국이 풀어버렸다. 왜 그랬을까? 오바마 정부는 돈이 없다. 재정 악화로 향후 5년간 2590억달러, 10년간 4870억달러의 국방비를 무조건 줄여야 한다. 중국을 견제하고 싶지만, 그럴 만한 재정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결국 일본을 끌어들였다.
구체적이지 않아 지켜봐야 한다는 쪽도 있다. 그러나 일본의 재무장은 이미 시작되었다. 교토에 탄도미사일을 탐지하는 엑스(X)밴드 레이더 시설을 갖추고, 국가안보회의(NSC)를 만들고, 해병대를 만들 계획이며, 다수의 공격형 무기를 도입하고 있다. 미-일 동맹에서 미국은 언제나 일본의 더 큰 역할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이제 일본이 군사대국화의 길로 질주하고 있다.
한-미 동맹은 어떤가? 한국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일정의 연기를 요청했다. 일본은 어려운 미국을 대신하겠다는데, 한국은 미국에 의존하려는 것일까? 꼭 그렇지도 않다. 약속을 연기한 대가가 적지 않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도 늘고, 무기 도입도 많아질 것이다. 미국이 바라는 미사일방어망 구상 참여는 어떨까? 이미 대선 공약으로 ‘능동적 억제’를 강조할 때 많은 사람들은 미사일방어망 구상에 연루될 위험성을 경고했다. 아주 오래된 한-미 동맹의 신념에 사로잡혀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 위치를 잊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미국의 재정위기 상황에서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이 재편되고 있다. 한·미·일 삼각관계는 어떨까? 미·일 양국은 전략대화에서 한·미·일 삼국의 군사협력 확대를 합의했다. 한·미·일 삼각동맹은 냉전시대 미국의 전략이었다. 지금도 미국의 보수적인 사람들은 그렇게 주장한다. 아주 오래된 신념이다. 그런데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 두 개의 양자동맹에도 불구하고 삼각동맹이 이루어질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한-일 관계 때문이다. 일본은 서독처럼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다. 유럽이 미래를 향해 질주할 때, 동북아시아는 여전히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다.
경각심을 갖고 일본을 지켜봐야 한다. 정부도 ‘과거사’를 근거로 들어 일본의 재무장을 우려한다는 입장이다. 한-일 관계가 냉랭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신뢰하기 어렵다. 정부는 일본의 식민지 시기를 그리워하는 교학사의 교과서를 밀어붙이고 있다. 저런 교과서를 옹호하는 여당의 정치인도 있다. 과연 아베 정부는 한국 정부를 어떻게 평가할까? 미국은 과연 역사문제에 중립을 지킬까?
그리고 한·일 양국은 군사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기억하는가? 이명박 정부가 한-일 군사협정을 체결하려 했음을. 군사훈련을 명목으로 자위대를 부산 앞바다에 끌어들이기도 했다. 미국이 동의하지 않았지만, 아베 정권은 북한을 선제공격할 권한을 갖겠다는 입장이다. 그래도 될까? 100년 전처럼 일본이 한반도의 운명을 좌지우지해도 될까? 일본의 요구로 2014년 말까지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하기로 했다. 지켜볼 일이다.
지역 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형태는 본 듯하나, 힘의 흐름들은 새롭다. 동북아 지역 질서가 협력이 아니라 대립으로 가고 있다. 참으로 걱정이다. 기억해야 한다. 한반도가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전장이 되었을 때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는 점을. 한반도의 지정학적 운명이고, 우리가 살아온 역사의 교훈이다. 38선이 남북을 가르고 동북아를 가르는 대결의 경계가 되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올드보이들이 귀환했다. 그것도 한·일 양국에서 동시에. 아주 오래된 이념들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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