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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사회] 중도의 힘 / 김동조

등록 2013-10-14 18:45

김동조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저자
김동조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저자
누군가를 혹은 무엇인가를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가질 수 있다. 그게 누군가를 혹은 무엇인가를 정말 간절하게 원해야 자신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이라는 걸 마흔이 넘어서야 깨달았다. 대개의 인간은 자신의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절망한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인간은 미래의 사랑을 얻기 위해 지금의 욕망과 충동을 자제한다.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고 일단 알아내면 그것을 얻기 위해 매진한다. 이렇듯 강렬한 사랑의 힘은 인간을 바꾸기도 한다. 잘못된 상대를 욕망하면 인간은 전락하고 좋은 상대를 만나면 인간은 개선된다. 셰익스피어도 이런 말을 했다. “강력한 이유가 강력한 행동을 낳는다.”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선거에서 이기기 원한다. 모두 자신이 더 간절하게 승리를 원하며 자신의 승리가 나라에 더 좋은 일이라 믿는다. 선거는 경쟁이고 그곳엔 승자와 패자뿐이다.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한다. 내가 잘하거나 상대가 못하면 승리는 내 것이 된다. 그들의 경쟁은 대중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 상대의 마음을 얻는 것과 본질적으로 같다. 대중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정치인들은 자신의 매력을 과시하지만 자신의 매력만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 나의 매력은 나를 사랑하는 상대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상대의 사랑을 얻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치의 진영은 대개 왼쪽과 오른쪽으로 양분된다. 결선투표가 없는 대통령제에서 의미 있는 후보는 각 진영을 대변하는 후보 둘로 수렴한다. 수렴의 법칙이 깨지고 한 진영의 후보가 둘이 되면 반대 진영이 승리한다. 그리고 가능한 한 좌와 우 중간의 목소리를 내는 진영이 승리한다. 해변에 문을 연 아이스크림 가게가 해변의 가운데 위치할 때 가장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정치의 해변에서 아이스크림 가게를 성공시키고 싶다면 중도적 노선을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살아야 원하는 사랑을 얻는지 알지만 그렇게 살 수 없는 것처럼, 중도적 노선은 알면서도 갈 수 없는 길이다. 정치인을 피 끓게 만드는 지지자들의 환호와 그 환호를 불러오는 선동의 언어가 중도의 세계에는 없다.

박근혜의 ‘경제민주화’ 공약들은 오른쪽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던 새누리당의 아이스크림 가게를 해변의 가운데로 옮겨 버렸다. 문재인보다 더 간절하게 대통령이 되기를 원했던 박근혜는 기꺼이 그 변화를 받아들였다. 왼쪽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던 아이스크림 가게를 가운데로 끌고 오던 문재인은 중간에 멈춰 서버렸다. 선동의 언어를 갈구하던 지지자들은 허탈했겠지만 박근혜의 변화는 박근혜를 당선시켰다. 대중은 박근혜의 결단을 사랑의 징표로 믿었다.

인간은 일관적이지 않다. 원하던 사랑을 얻고 난 사람의 마음이 특히 그렇다. 경제민주화가 점점 멀어지면 대중의 마음은 심란해진다. 아무리 여전히 사랑한다 말해도 만날 시간을 내지 않고 만나도 돈을 쓰지 않는 연인의 본심을 대중은 금방 알아차린다. 상심한 대중의 사랑을 얻기 위해 민주당이 할 일은 우선 대중의 망가진 자존심을 세워 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막하고 외로운 중도의 길을 걸어가는 결단으로 사랑의 증거를 보여줘야 한다. 얼마 후 대중은 왼쪽 가운데 어디쯤 위치한 민주당의 아이스크림 가게에 줄 서 있을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오른쪽으로 멀리 갔던 새누리당의 아이스크림 가게 역시 해변의 가운데로 돌아오려 할지 모른다. 그건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사랑을 찾는 대중의 마음은 시계추처럼 흔들리고 그 부박함이 그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부박한 대중의 마음을 얻는 최선의 방법이 바로 ‘중도’다. 중도는 힘이 세다.

김동조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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