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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방송생태계 파괴 막아야 / 김재홍

등록 2013-10-14 19:03

김재홍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김재홍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국회 국정감사가 본격 시작됐다. 기초연금 등 민생 정책, 국가정보원의 대선공작 등과 함께 ‘종편 방송’ 문제가 국민의 눈길을 끌어들일 것이다. 지난해 대선 뒤 처음 열리는 국감인 만큼 야당은 특히 선거의 절차적 정당성 등 민주주의 본질 문제를 심도 있게 따져야 한다. 민주정치란 절차와 과정에 관한 용어(procedural terms)로 그것들이 정당하게 이행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허상에 불과하다. 일찍이 조지프 슘페터가 고전적 민주주의의 추상성을 비판한 뒤 정립한 20세기 대의제 민주정치의 실질적 규범으로서 지금까지 통용돼온 금언이다.

그 절차적 정당성의 내용 중엔 선거운동 및 투개표 등과 함께 언론과 여론의 역할이 중심을 차지한다. 지난해 대선은 국정원의 댓글 공작도 있었지만 종편 방송들이 선거 여론에 끼친 불공정한 영향을 면밀히 검증해봐야 한다. 종편 방송들이 대선 과정에서 편향된 인식과 잘못된 정치 정보를 전파했고 유권자들이 그 결과 왜곡된 의식을 바탕에 깔고 투표했다면, 그런 선거가 절차적 정당성을 가졌다고 할 수 있을까? 마치 잘못 그려진 지도를 들고 길을 찾아나선 나그네 신세처럼 되고 마는 유권자들이 어떻게 민주정치의 주인일 수 있겠는가?

종편 방송은 태생부터 문제가 심각했다.

첫째, 종편 도입이 확정된 2011년 2월 당시 방송계의 중진과 학계 전문가들은 여건상 시기상조라는 데 거의 일치했다. 종편은 그해 12월 전파를 쏘기 시작했고, 2012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 때 정치보도와 선거토론에 파격적인 비중을 두어 지상파 방송들의 불공정성을 무색하게 했다. 종편 설립을 왜 그렇게 서둘렀는지 복기해보고 그 배경을 파헤쳐야 할 것이다.

둘째, 종편 설립의 명분들이 1년여 선거 방송과 공익성 등을 따져볼 때 거의 이행되지 않았다. 지난 1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의 민주당 간사인 유승희 의원이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인권센터와 함께 연 정책토론회에 제출된 검증보고서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티브이조선>은 공정보도특위를 설치하지 않았고 더구나 지난해 총선 대선 때도 공정선거방송특위조차 운영하지 않았다. 중앙일보 계열의 <제이티비시>도 공정보도위를 설치하지 않았다. 동아일보 계열 <채널에이>는 공정보도심의회의 개최에 관한 자체 보고서를 발간했지만 시청자 공정평가 프로를 이행하지 않았다. <엠비엔> 역시 선거 관련 옴부즈맨을 이행하지 않았다. 모두가 승인신청 때 스스로 사업계획서에 명기했으나 이행하지 않은 헛공약들이다. 5·18 관련 허위사실 방송 등은 별도로 그 사회적 책임 문제를 따져야 한다.

승인조건 위반사항들을 검증하기 위해 종편 쪽의 국감 증인출석은 당연하다. 여기서 일부 보도본부장들이 증인으로 채택됐고 종편 쪽은 이것을 정치권의 ‘언론자유 침해’라며 반발했다. 그러나 최민희 의원(민주당)은 “보도본부장을 찍어서 증인으로 부른 것이 아니다. 주로 새누리당 쪽과 종편이 협의해서 그렇게 정했다”고 밝혔다.

셋째, 다양성과 경쟁력 배양이란 방송광고에서 종편에 특혜를 줌으로써 처음부터 허구였다. 기존 방송사들의 경우 방송광고공사가 광고수주를 대행해서 나누어준다. 그런데 종편에는 직접 광고주를 접촉하는 ‘신문사 방식’을 허용했다. 이것이 특혜이며 부작용을 낳고 있다.

4대강 토목공사의 자연생태계 파괴 못지않게 이명박 정권이 강행한 종편 도입은 방송생태계 파괴를 야기했다. 4대강 공사가 국토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면 방송생태계 파괴는 국민의 정신 영역을 황폐화시키고 그것이 정치적 불공정으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함을 알아야 한다.

김재홍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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