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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명박 정권의 ‘반인륜’까지 계승했으니…

등록 2013-10-28 14:07수정 2015-03-24 16:24

2009년 1월20일 서울 용산 재개발지역의 4층 건물을 점거 농성 중이던 철거민들을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옥상 망루에 불이 붙으며 농성자 5명, 경찰관 1명이 숨졌다.
2009년 1월20일 서울 용산 재개발지역의 4층 건물을 점거 농성 중이던 철거민들을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옥상 망루에 불이 붙으며 농성자 5명, 경찰관 1명이 숨졌다.
곽병찬 대기자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29

‘용산참사’의 김석기 공항공사 사장 임명은 ‘인륜 포기’
‘용산에서처럼 밀어버려…’라는 밀양에 대한 답변인가?
호칭 때문에 한참 고민했습니다. 마음에도 없는 ‘님’을 쓰기도 싫고, 이젠 대통령이란 직책을 호칭 삼기도 싫어졌습니다. 선거 부정과 은폐 조작 축소 문제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닙니다. 법이 심판하기 전에 함부로 떼고 말고 할 것은 아닙니다. 호칭을 고민한 가장 큰 까닭은 다름 아닌,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 임명이었습니다. 국정원의 선거 부정 논란에 가려 ‘조용히’ 지나갔지만, 김석기씨를 공기관의 책임자로 임명한 것은 이명박 정권의 반인륜성을 이 정권도 승계하겠다는 천명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인륜을 포기한 사람을 어떻게 우리 대통령이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까.

김씨가 누구인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는 당신이 반드시 극복하겠다고 했던, 생명 경시, 서민 멸시, 비열함, 탐욕, 물신숭배 등 이명박 정권의 속성을 상징하는 인물이었습니다. 애써 가꾼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던 가난한 이들을 불에 타거나 혹은 유독가스에 질식해 죽게 한 경찰 지휘관이 바로 김씨였습니다. 살아남은 그들의 자식, 이웃들을 방화 살인범으로 몰아 감옥에 처넣었던 이명박 정권의 하수인이었죠.

어떻게 그런 자를 공기업 최고경영자로 앉힐 수 있죠? 더욱이 그는 서류심사에서 꼴찌를 한 인물이었습니다. 제정신이 아니길 바라지만, 당신은 이번 인사로 용산참사 유족들의 울부짖음과 세상 사람들의 경악과 비판을 간단히 비웃어 버렸습니다. 용산참사를 저지른 이명박 정권보다 오히려 더 반인륜의 자세를 분명히 한 것입니다. 그런 사람을 우리 공동체의 대표로 모시고 있다는 게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하지 않을 수 있고, 해서는 안 될 인사를 하면서 당신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간단명료합니다. ‘충성, 오로지 충성!’ 출세에 몸단 자들에게 이보다 더 분명한 메시지가 어디 있겠습니까. 더욱이 김석기씨의 임명과 병행해 원칙에 충실하려 했던 채동욱 검찰총장, 윤석열 특별수사팀장은 찍어냈던 터였습니다. 국민들에 대한 메시지도 분명합니다. ‘잠잠하라, 잠잠하라.’ 권력이 하는 일에 대들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제2, 제3의 용산참사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건 당연합니다. 현재진행형인 밀양 송전탑 사태는 그 예고편이 아닌가 싶습니다. 765㎸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밀양의 30개 마을 가운데 20개 마을은 송전선과의 거리가 500m밖에 안 됩니다. 역학조사 등을 통해 드러났지만, 고압 송전선로 주변은 사람이건 가축이건 정상적인 생활공간이 될 수 없습니다. 백혈병 등 암환자 발생률이 다른 지역보다 매우 높습니다.가축들은 일쑤 유산하거나 기형아를 낳습니다. 때문에 일단 송전선로가 들어서면 그 지역의 재산 가치는 폭락합니다. 5분의 1로 떨어진다고들 합니다. 선로를 설계하고 공사를 강행하고, 주민들을 억누르는 자들에게 그곳에서 살라고 해보십시오. 그들은 거저 준다고 해도 살지 않을 겁니다. 그곳 주민이나 용산참사 당시 남일당 주변 주민이나 처지가 다를 게 없습니다.

밀양의 어르신들에게 재산 가치 추락 말고도 정든 땅을 떠나야 한다는 건 더 큰 괴로움일 겁니다. 젊다면 모르지만, 80~90% 주민이 노인인데 그분들이 정든 이웃, 정든 땅을 떠나 어디에서 마음 붙이고 살 수 있겠습니까. 그런 노인들에게 이 정부는 3000여명의 경찰을 풀어 사지를 들고 끌어내거나 연행하고 있습니다. 이미 한 할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그런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평생 교육계에 몸담아 교장까지 지낸 고준길 할아버지는 “이 더러운 세상 더 살면 뭐하겠느냐. 하직하고 싶다”고 말씀하십니다. 젊은 경찰들과 다투다가 실신까지 했습니다. 그 사정을 잘 알 만도 할 텐데, 아예 눈길도 돌리지 않고 있습니다. 어쩌면 김석기씨 임명으로 그에 대한 당신의 답을 대신했는지 모릅니다. ‘용산에서처럼 밀어버려….’

지난 주말 문화융성위원회 회의가 있었죠. 거기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간의 창조적 능력은 삶의 근본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앞서 간 문화에 대한 존경에서 나옵니다.”
곽병찬 대기자
곽병찬 대기자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인문정신 문화가 스며들 수 있도록 더욱 노력을 해야 하겠습니다.” 인문정신이란 인간 존중의 정신입니다. 그 뿌리가 되는 것이 이해와 공감입니다. 그건 모든 인간적 가치 창조의 원천입니다. 알고 한 말인지, 써준 대로 그냥 읽은 것인지…. 도대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십시오. 잘 모르겠다면 가수 루시드폴의 노래 ‘외톨이’를 한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4집(‘레미제라블-가련한 사람들’)에 포함된 노래입니다. 여유가 없으면 노랫말이라도 한번 읽어보십시오. 1분이면 됩니다.

곽병찬 대기자 chankb@hani.co.kr

“고개를 묻고 웅크린 아이 하나 내게 얘기하네

난 어두워진 이 교실에

소리 없이 지는 노을 같아요

엄마는 나를 떠나고

허기지는 점심시간 지나

밥 짓는 냄새 가득 찬 이 동네

하지만 나에겐 집이 없어요

방 안 한구석엔 식은 이불

내 체온 하나만 남아

잠들면 깨고 싶지 않은 꿈속엔 엄마 목소리

무심한 아침이 오면 내게서 멀어져가요

사랑한다는 말

누군가에게

너무나도 눈물 나게 아름답다는 말

시간이 흘러 나도 누군가를 만나면

듣고 싶어요

이런 나를 사랑한다는 그 말

방 안 한구석엔 식은 이불

내 체온 하나만 남아

잠들면 깨고 싶지 않은 꿈속엔 엄마 목소리

무심한 아침이 오면 내게서 멀어져가요

사랑한다는 말

누군가에게

너무나도 눈물 나게 아름답다는 말

시간이 흘러 나도 누군가를 만나면

듣고 싶어요

이런 나를 사랑한다는 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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