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물은 공통의 유전암호를 지니며 유전암호 사용법도 거의 같다. 이런 식이다. 네 염기(A, T, G, C)가 연쇄사슬을 이룬 디엔에이 염기정보는 아르엔에이 염기정보(A, U, G, C)로 복사되고, 이어 염기 3개가 유전암호 단위(코돈)를 이뤄 단백질 공장(리보솜)에서 순서에 맞게 20종 아미노산을 찾아다 붙인다. 예컨대 GCU, GCC, GCA, GCG라는 염기서열은 알라닌 아미노산을 찾아 붙이는 유전암호다. 이렇게 아미노산 사슬이 길게 이어지면 생리대사를 일으키는 단백질이 된다.
최근 유전암호 일부의 ‘의미’를 임의로 바꾼 새로운 생물체가 만들어졌다. 대장균 유전체(게놈)에서 특정 유전암호만을 찾아 다른 암호로 치환하고 치환된 애초 유전암호엔 새로운 아미노산에 대응하는 의미를 할당했다. 자연에 없는 21번째 아미노산이다. 단순 비유하면, ‘사람’과 ‘인간’이라는 이음동의어를 쓰는 문서 파일에서 ‘사람’을 ‘인간’으로 일괄 치환하고 ‘사람’엔 새 의미를 지정하는 방식이다. 저명한 유전체학자 조지 처치 하버드대 교수 연구팀이 이런 연구 결과를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 생물체에 유전자 변형 생물(GMO)과 다른 이름을 붙였다. 지엠오는 개개 유전자를 다루지만 새 방식은 유전체를 대상으로 일괄 검색·치환할 수 있으며 단백질 생성 단계까지 직접 조작한다. 그래서 유전체 수준에서 유전암호가 재작성된 생물(Genomically Recoded Organism)이라 부른다. 줄여, 지아르오(GRO)다.
연구팀은 지아르오가 인공 유전암호를 쓰기에 자연 유전암호를 쓰는 바이러스의 감염에 저항성을 높일 수 있고 지엠오의 유전자 오염을 막는 예방 기술이 되리라 기대한다. 전에 없던 단백질을 얻는 토대 기술이 될 수 있다고도 말한다. 아직 쓰임새가 얼마나 될지, 부작용은 없을지 알기 어렵다. 지금은 기초연구다. 그러나 유전체를 다루는 현대 과학이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이번 연구는 보여준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