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왜 보냈을까?’ ‘도대체 북한은 무엇을 노린 것일까?’
북한이 월북했던 남한 주민 6명을 판문점을 통해 10월25일 돌려보낸 데 대해 남한 언론이 보여준 주된 관심사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주제이므로 언론의 이런 관심은 당연하다. 하지만 뭔가 부족해 보인다. 특히 송환된 6명의 인권 문제에 관심을 보인 언론이 단 한 곳도 없었다는 점은 부족함을 넘어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그들의 인권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이, 남북 모두의 인권 상황을 열악하게 만드는 독약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6인을 송환한 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들이 공화국에 불법입국하였다가 단속된 남조선 주민”이라며 “그들이 범죄를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하였으므로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가족들이 있는 남측 지역으로 돌려보내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이들은 남한에서 사업실패·가정불화와 생활고 등으로 일용직 노동직을 전전하거나, 사이버 종북활동을 전개하다 밀입북한 자들”이라며 “북한에 가면 잘살 수 있고, 아픈 몸도 요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등의 기대감을 가지고 방북했다”고 밝혔다. 남한 공안당국은 이들을 인계받은 뒤 바로 체포·구속했고, 서울구치소에 수감했다.
우리 언론들은 ‘북한의 유화 제스처’라거나 ‘우호적인 국제 여론 조성용’이라는 등 북한의 송환 의도를 추측하는 데 지면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하지만 ‘이들이 조사 과정에서 고문이나 강압적 수사를 당하지 않아야 한다’거나, ‘이후 이들의 처리가 국제적인 인권 기준에 맞아야 한다’고 지적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고문이나 강압적 수사’에 대한 우려가 기우이기 때문일까? 아니다. 지난 8월22일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화교 남매 간첩사건’을 보자. 법원은 이날 1심에서 공안당국이 2004년 탈북한 뒤 어렵게 서울시 공무원이 돼 일하고 있던 유우성(33)씨를 간첩으로 조작했다고 판결했다. 이 사건에서 공안당국은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 그의 여동생을 ‘고문에 가깝게 압박해’ 허위자백을 받았다고 한다.
더욱이 송환된 6명은 우리 국민으로서 북에 자진해 넘어갔다가 돌아왔다는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 그만큼 공안당국 입장에서는 선전가치도 높다. 경험적으로 볼 때, 선전가치가 높아지면 공안당국의 조사는 더욱더 비인격적이 되기 쉽다.
이들의 인권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은 우리가 북한 인권 문제를 비판하는 토대를 약화시킨다. 현재 북한 인권 문제의 핵심 중 하나는 탈북자 등이 북한으로 송환됐을 때, 가혹한 조사를 받고 교화소나 수용소 등에 수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위 ‘정치적 탄압’ 문제다. 그런 비판적 잣대를 우리에게도 똑같이 적용할 때 북한 인권 비판의 울림은 커진다. 그런데 저들에겐 매서운 매를 들이대고, 우리에겐 솜방망이를 든다면 어떨까. 북한이 “너희는 뭐가 다르냐”고 역비판을 해올 때 무어라고 대답할 것인가.
송환자 인권에 대한 무관심이 ‘북한과 관련되면 무조건 우리가 옳다’라는 고정관념에서 나온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번 일도 박근혜 정부의 공안통치 강화 탓에 합리적 비판정신이 약해지고 맹목성이 강화된 현 상황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올바름은 우리가 매사에 인권을 존중하면서 만들어나가는 것이지, 결코 우리에게 거저 주어진 것은 아니다. 우리가 이런 잘못된 고정관념에서 헤어나지 못하면, 인권후진국이라는 아픈 현실에서 벗어날 수도 없다. 그런 고정관념은 우리 사회를 발전이 아닌 후퇴로 몰고 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6인 송환자를 생각한다. 남북의 인권 상황을 다시 생각한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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