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대통령의 ‘화려한 외출’ / 김종구

등록 2013-11-10 19:02

한국과 유럽 국가들 간에는 전통적으로 서로 의견이 부딪치는 쟁점이나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 등이 별로 없다. 한때 외규장각 도서 반환 문제로 프랑스와 밀고 당기기를 한 적이 있으나 요즘은 그 정도의 현안도 없다. 2002년 월드컵 대회 서울 유치전이 한창이던 1996년 3월 서울에서 열린 한-영 정상회담이 끝난 뒤 존 메이저 총리는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영국 축구가 맞붙을 경우 승부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빼고는 아무런 의견 차이가 없었다”고 농담을 던질 정도였다.

정상외교의 내용이 허전하다 보니 대통령이 상대편 국가에서 받는 의전이나 예우 등이 최고 관심사가 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유럽 순방에서도 언론의 관심은 온통 박 대통령이 영국 국빈방문 때 받은 ‘지상 최고의 의전’에 쏠렸다. 근위기병대 의장대 사열, 화려한 왕실마차 행렬, 버킹엄궁 만찬 등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영국을 처음으로 국빈방문했을 때 이미 경험한 것이었으나 호들갑은 오히려 이번이 더했다. 흥미롭게도 프랑스는 이번에 국빈방문이 아니어서 예전보다 의전 수준이 떨어졌다. 2000년 3월 김대중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 때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영접을 받고 의장대를 사열했으며, 1995년 3월에는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78살의 고령에도 직접 오를리공항까지 나와 김영삼 대통령을 영접했다.

별로 알맹이가 없는 정상외교의 성과는 화려한 수사로 채워진다. ‘세일즈 외교’니 ‘창조경제 세일즈’니 ‘문화외교’니 하는 자화자찬이 역대 대통령마다 조금씩 버전을 달리하며 되풀이된다. 문제는 대통령이 ‘화려한 외출’을 하고 돌아오면 후유증이 심각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나라 바깥에서 받은 극진한 환대로 우쭐해진 상태에서 막힌 정국을 마주하면 엉뚱한 짜증을 내거나 잘못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그렇지 않아도 독선이 심한 박 대통령한테 해외순방 후유증까지 더해지면 참으로 큰일이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