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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외교 결례 / 오태규

등록 2013-11-17 18:50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13일 1박2일간 우리나라를 방문하기로 했다가 13일 새벽에 도착해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외교 일정이 순연된 것을 놓고, 국내에서 그의 ‘외교 결례’를 꼬집는 보도가 잇따랐다. 정상외교는 보안과 의전의 중요성 때문에 일정이 분 단위까지 정확하게 조율되어 이뤄지는 관례에 비춰 보면, 외교 결례라는 말이 나와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더욱이 푸틴 대통령은 그간 여러 나라와의 정상회담에서 지각한 전례가 많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회담할 때 45분,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회담 때 40분,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박 대통령과의 회담에도 1시간 넘게 늦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상트페테르부르크 회담에도 40분 지각했고, 2000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만날 때도 15분 늦게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의 지각 습성 때문에 일정이 어그러진 것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많다. 그는 방한에 앞서 12일 하루 일정으로 베트남을 방문했다. 방문 기간 중 응우옌푸쫑 공산당 총서기, 쯔엉떤상 대통령, 응우옌떤중 총리 등 당정의 요인을 두루 만나는 눈코 뜰 새 없는 일정을 소화했다.

하노이에서 서울까지 순수 비행시간은 대략 4시간에서 4시간 반 정도. 우리나라 표준시가 베트남보다 2시간 빠른 것을 고려하면, 6시간 내지 6시간 반이 소요되는 것으로 계산해야 한다. 즉, 서울에 자정까지 도착하려면 베트남 시각으로 당일 오후 5시쯤에 하노이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베트남의 빡빡한 일정을 고려하면 애초부터 당일 우리나라에 도착하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1일, 그가 12~13일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같은 날 크레믈(크렘린)궁의 발표를 보면, 분명히 12, 13일 베트남과 한국을 각각 하루씩 방문한다고 되어 있다. 애초 누가 외교 결례를 범했는지는 더욱 면밀하게 따져볼 일이다.

오태규 논설위원, 트위터 @ohtak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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