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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환상적 낭만주의자’에서 ‘종북’까지 / 김종구

등록 2013-11-27 19:19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에 대해 권력이 첫 번째 붙인 딱지는 ‘환상적 낭만주의자’였다. 1974년 10월1일 국군의 날 치사에서 박정희 당시 대통령은 “우리 사회 일각에서 민주가 어떠니, 자유가 어떠니 하고 물의를 일으키며 유신체제에 또다시 도전하려 들고 있다”며 이들을 “환상적 낭만주의자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닷새 전인 9월26일 유신정권 반대와 민주 회복을 외치며 출범한 정의구현사제단을 겨냥한 말이었다. 그해 11월19일 김종필 국무총리는 “교회는 정부에 순종해야 하며 정부는 하느님이 인정한 것”이라며 “합법적인 정부를 비판하는 그리스도교인을 하느님의 이름으로 심판하겠다”고 윽박질렀다. “일부 종교인들이 종교 본연의 위치를 벗어나 정치활동에까지 관여하고 법질서를 혼란시켜 사회혼란을 조장하고 있다”(1975년 2월7일 이원경 문화공보부 장관)는 비판은 지금과 너무 판박이다.

‘허위사실 유포·선동자’도 신부들한테 붙여진 딱지의 하나다. 1980년 7월 계엄사령부는 오태순·양홍·장덕필 신부 등을 무더기로 연행한 뒤 “이들이 광주사태의 진상을 고의적으로 왜곡해 허위사실을 조작·유포하고 강론을 통해 신자들에게 궐기하도록 선동했다”고 선전했다. “가톨릭의 교리는 공산당에서 흘러나온 것” “노동조합의 개선을 주장하는 사람은 간첩”이라는 따위의 용공음해는 이미 1970년대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교회 안의 불일치’ 문제도 비슷해, 1975년 2월28일 주교회의는 지학순 주교가 석방된 뒤 메시지를 발표해 “교회는 교회 나름대로 그동안의 행동을 반성하고 앞으로 유사한 사태에 대처할 자세를 정립함으로써 교회 안의 일치를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제단이 주최하는 기도회를 자제하라는 것이 이 메시지의 핵심이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이제 사제단에는 ‘종북’이라는 새로운 딱지가 붙었다. 그리고 권력은 박창신 원로신부를 국가보안법 위반의 굴레를 씌워 박해하려는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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