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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베팅과 ‘디스 맨’ / 오태규

등록 2013-12-08 19:05

베팅은 도박 용어이다. 경마나 내기 등에서 승률이 높다고 생각하는 쪽에 돈을 거는 행위를 말한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6일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에 맞서는 편에 베팅을 하는 것은 결코 좋은 베팅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말은 즉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누가 봐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듯한 우리나라에 중국이 아니라 미국 쪽에 확실하게 줄을 서라는 경고의 뜻을 담은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발언은 내용이 여과장치 없이 공개되는 모두발언 시간에 나왔다. 작정하고 화자가 의도하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할 때 쓰는 수법이다.

그의 발언이 우리나라의 중국 쏠림을 견제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에, 외교부는 서둘러 방어에 나섰다. 윤병세 장관은 “동북아와 세계 정세가 복잡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한-미 동맹을 강하게 밀고 나가자는 의지를 자신의 방식대로 표현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외교부는 주한 미국대사관의 설명을 담은 보도자료를 통해, 그것은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떠나지 않겠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이전에도 바이든 부통령이 몇 차례 사용한 표현이라고 장황하게 설명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2001년 미국을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김 대통령을 바로 옆에 세워놓고 ‘디스 맨’(이 사람)이라는 모멸적 용어를 사용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외교통상부 쪽은 이 표현이 결코 무례한 것이 아니라고 구구하게 해명하는 데 급급했다.

절제된 용어가 사용돼야 할 정상급 회담에서 논란의 소지가 큰 용어가 튀어나오고 그 의미를 다시 복잡하게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만나는 공개 자리에서 다른 용어로 표현할 수 있는데도 굳이 베팅이라는 저급한 말을 사용한 것은 무례한 짓이다. 2013년의 ‘베팅’은 2001년 ‘디스 맨’ 사태와 다를 바 없다.

오태규 논설위원, 페이스북 @ohtak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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