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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강원발 막장드라마? / 오윤주

등록 2013-12-17 19:06

오윤주 사회2부 충청강원팀장
오윤주 사회2부 충청강원팀장
민선 5기 막바지다. 1991년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풀뿌리 민주주의를 꽃피워야 할 지방의회가 제자리에 서 있는지, 지방의원들은 민초들과 함께하는 삶의 현장에서 제구실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자못 궁금하다.

지방의원들은 ‘밥값’을 하고 있을까? 지방의원은 생각보다 많다. 광역의원 761명, 기초의원 2888명에 교육의원 82명까지 3731명이다. 국회의원이 300명인 것에 견주면 10배 이상 많다. 국회의원이 법을 만들고 나라살림을 주무른다면 지방의원들은 조례를 만들고 지방살림을 다룬다. 눈에서 멀리 있는 국회의원 못지않게 시민들 가까이 있는 지방의원의 역할과 책임은 날로 커지고 있다.

지방의회는 작은 국회다. 한쪽이 다수인 곳도 있지만, 여야가 번갈아 다수를 차지하기도 한다. 경남도의회가 진주의료원 해산 과정에서 표결 강행, 몸싸움, 날치기 등 여의도 국회를 재연한 것처럼 몸싸움·말싸움도 비일비재하다.

국회가 대통령 등 정부나 정당 수뇌부 등에 휩쓸린다면, 지방의회는 공천권을 좌우하는 지역 국회의원 등에게 휘둘린다는 것이 조금 다르다.

지난 20일 동안 강원도의회에서 ‘막장 드라마’를 연출했다. 진보·개혁 성향인 민병희 강원도교육감과 최문순 강원지사가 내놓은 전국 최초 고등학교 무상급식 확대 정책을 놓고, 강원도의회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도민들이 투표로 대표성을 부여한 의원들에게 소신 따윈 없었고, 누군가에 의한 조종만 있었다.

지난달 29일 첫방 때부터 반전이 있었다. 강원도가 낸 무상급식 예산안을 도의회 농림수산위원회는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교육위원회는 같은 날 예산을 삭감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겼다. 일주일 뒤인 지난 6일 새누리당이 다수인 예결위는 고교 무상급식 확대에 찬성하는 11개 시·군의 관련 예산을 지원하는 예산안을 살렸다. ‘전국 최초 고교 무상급식 확대 실현 드라마’는 해피엔딩을 앞둔 듯했다.

하지만 다시 반전이 시작됐다. 8일 새누리당 강원도당 소속 국회의원과 단체장, 지방의원 등이 함께 ‘선출직 워크숍’을 열었다. 참석자는 “이 자리에서 무상급식 관련 예산을 통과시킨 당 소속 예결위원들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고, 무상급식에 반대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귀띔하며 복선을 깔았다.

결과는 예고대로였다. 12일 예결위는 무상급식 관련 예산을 삭감했고, 16일 본회의에서는 표결로 고교 무상급식 확대 예산 삭감을 못박았다. 민주당(14명)과 무소속(5명) 의원 중 일부가 퇴장한 가운데 새누리당(23명)과 교육의원(5명)이 주도했다.

농림수산위와 예결위 등 상임위 심의 때 관련 예산을 통과시켰던 새누리당 소속 도의원들도 애초의 뜻을 접고 삭감 쪽에 섰다. 기립 표결이어서 반대 뜻을 보일 수조차 없는 분위기였다. 표결 뒤 민주당은 “공천권을 가진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도의원들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고, 시민단체는 “고교 무상급식을 좌절시킨 의원들에 대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하는 등 고교 무상급식 무산을 내년 6·4 지방선거 전선으로 옮겨갈 태세다.

강원에서 전국 최초로 시작하려던 고교 무상급식 확대는 진보 성향 교육감이나 민주당 강원지사뿐 아니라 강원지역 시·군 11곳에서 찬성할 정도로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 정책이어서 씁쓸함이 더했다.

지방의원들은 눈앞의 공천이 급하겠지만, 결국 주민들의 표를 먹고산다. 워크숍 이후 누군가에 의해 자신들의 결정을 번복하고, 뜻을 굽힌 이들이 6개월 남짓 남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다시 공천을 받아낼 수 있을까? 또 시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시민들이 응답할 차례다.

오윤주 사회2부 충청강원팀장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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