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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학교 비정규직 차별 해결해야 / 배동산

등록 2013-12-18 19:20

배동산 공공운수노조 학교비 정규직본부 정책국장
배동산 공공운수노조 학교비 정규직본부 정책국장
전국에는 약 1만2000개(유치원 포함 약 2만개)의 학교가 있고, 학교에는 교사와 공무원 등 정규직 외에도 학교 곳곳(급식실, 교무실, 행정실, 도서관, 과학실, 전산실, 돌봄교실, 방과후학교, 상담실 등)에서 학교 운영, 교육지원, 수업 등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약 40만명이나 있다. 학교비정규직은 초·중등학교 전체 정규 교원 수에 육박하고, 행정직 공무원보다는 6배 이상 많은 규모이다. 공공부문 중에서도 비정규직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곳이 바로 학교이다. 교육의 다양화와 서비스 확대로 신규인력 수요가 발생하였지만, 정규직을 뽑지 않고 비정규직 위주로 채용해왔던 정부의 인력정책 때문에 비정규직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동안 학교에서 유령처럼 지냈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으로 단결하였고 지난해 11월에는 전국적인 총파업도 진행하는 등 심각한 차별문제가 사회에 알려졌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한 여야 후보 모두 학교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약속하였다. 올해 4월엔 여야 모두 학교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교육공무직원의 채용 및 처우에 관한 법률’(교육공무직법)을 우선 처리 법안으로 합의하였고, 정부도 학교비정규직의 처우개선 종합대책을 상반기 중 수립하겠다고 약속하였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교육공무직법 처리에 계속 반대하여 해당 법안은 사실상 잠자고 있다. 시간만 끌다 발표한 정부대책은 차별을 실질적으로 해소하는 데 필요한 알맹이는 모두 빠진 채 ‘무기한 비정규직’에 불과한 ‘무기계약직’ 전환 대책이 사실상 전부인 껍데기 대책이었다.

지난 1년 정부와 여당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외면하는 동안 차별은 더욱 심각해졌다. 경력과 근속이 인정되지 않는 임금체계 때문에 임금 격차는 더욱 커졌다. 정부통계로도 올해 2월에만 6475명이 계약해지 되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6000여명의 영어회화전문강사를 비롯한 스포츠강사, 전문상담사 등이 대량해고의 위기에 놓여 있으나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시도별로 교육감 직접고용과 처우도 제각각이어서 정규직과의 차별 외에도 이젠 비정규직 간에도 어떤 시도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격차가 커지고 있다. 차별에 절망한 노동자가 자신이 일하는 학교에서 목을 매고 자살하는 비극이 발생하였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만도 벌써 세 차례나 파업을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심각한 차별이 존재한다. 다른 어떤 곳보다 평등한 일터가 되어야 할 학교가 오히려 차별의 온상이 되고 있다.

지금 국회에선 한창 내년 예산심의와 각종 법률 제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한편 국회 바깥 여의도 거리에선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매서운 칼바람을 맞으며 벌써 9일째(12월18일 기준) 철야노숙농성을 하고 있고 이번주 4차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국회 상임위(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선 심각한 학교비정규직의 차별을 일부라도 개선하기 위하여 여야와 정부(교육부)가 모두 합의하여 그야말로 ‘최소한’의 예산증액안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벌써 세 번이나 상임위를 통과했던 예산안이 기획재정부나 여당의 반대, 예결특위의 힘 있는 몇몇 국회의원들의 소위 ‘쪽지예산’ 등에 밀려 전액 삭감되었던 가슴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최소한의 증액안조차도 이번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다면 이는 박근혜 정부와 정치권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아무런 의지 없음’을 명백하게 확인해 주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학교 현장을 바로 세워야 한다. 열악한 노동환경과 고용불안을 겪는 노동자들이 절반에 육박하는 교육 현장에서 공교육은 결코 바로 설 수 없다.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교육 현장부터 먼저 바꿔야 한다.

배동산 공공운수노조 학교비 정규직본부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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