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연구소의 한 여자 과학자가 문턱 높기로 이름난 과학저널 <네이처>에 2012년 말 제1저자로 연구논문을 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세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이다. 얼마 뒤 인터뷰에서 그는 치열한 육아와 연구 현장을 오가는 일상의 삶을 실감나게 전하며 “때론 엄마와 과학자가 두 얼굴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남녀 불균등이 법과 제도에서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성(젠더) 격차’는 과학에서도 여전히 존재한다. 출산·육아를 주로 떠안는 여자가 남자보다 논문을 적게 내고 주요 저자가 될 기회가 적으며 큰 규모 연구에 참여할 기회도 적다는 보고들이 나온 바 있다.
최근 또 다른 성 격차를 보여주는 조사 결과가 네이처(goo.gl/Hjx6EN)에 보고됐다. 영향력 있는 논문을 내면 후속 연구자들이 그 논문을 자기 논문에 인용하게 마련인데, 그래서 어떤 논문이 인용된 횟수가 많을수록 영향력 있는 논문으로 평가된다. 피인용 횟수는 연구자의 취업, 승진, 연구과제 참여 등에서 아주 중요하게 다뤄진다.
네이처에 실린 조사 결과는 5년 동안 나온 550만편 논문의 문헌정보를 분석해보니 여자 저자의 논문이 남자 저자의 논문보다 피인용 횟수에서 적었으며 이런 경향성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나타났다고 전한다. 누군가는 여자가 가치 있는 연구를 못 해 피인용 횟수가 적다며 더 이상의 논의를 막을 수도 있겠으나, 사실 이런 결과에 이른 데엔 여러 배경 원인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엄마 연구자로 사는 여성 과학자는 흔히 경력 단절을 겪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주목받는 연구에 낄 기회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내는 ‘세계 성 격차 보고서’의 2013판 서문은 다음과 같다. “나라와 기업은 남자건 여자건 그들의 최고 재능을 높이고 끌어들이고 유지할 때에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인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는 경제적인 이유를 봐도 성 격차를 줄이는 노력은 더 필요하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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