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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공공기관 개혁의 정상화 / 이현숙

등록 2014-01-12 19:16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신년모임에서 공기업에 다니는 지인을 만났다. ‘안녕하지 못하다’며 요즘 공기업 직원은 세금이나 허투루 쓰는 사람처럼 보는, 곱지 않은 시선에 힘이 빠진단다. 그러면서 공기업 부채 문제의 원인을 방만경영으로만 봐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덧붙였다.

그렇다면 공기업을 비롯한 공공기관의 500조원이 넘는 엄청난 부채의 원인은 무엇일까. 정부는 ‘방만경영’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경영효율화를 추구해야 한다며 공공기관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반해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부채의 많은 부분은 4대강 사업 같은 무리한 정부정책 때문이며, 낙하산 인사가 이를 부추겼다고 주장한다.

이는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늘 공공기관 개혁이 이슈가 됐지만, 정작 부채의 원인 분석은 철저하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러다 보니, ‘개혁 대상자’들을 설득하기는커녕, 감정적 앙금만 쌓아놓고 후임 정권에 설거지를 맡기는 식이었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정부는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을 내세워 인원감축, 통합, 민영화, 지분 매각 등을 임기 내내 진행했다. 그러나 공공기관 부채는 오히려 더 늘어났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 개혁의 고삐를 또다시 죄고 있다. 이번에는 제대로 공공기관을 개혁하자며 장관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미안한 얘기이지만, 이명박 정부 때도 그러했다.

공공기관 개혁의 정상화부터 이뤄져야 한다. 밀어붙이기식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부채의 철저한 원인 분석과 더불어 공공기관의 공공성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2012년 한겨레경제연구소는 사회공공연구소 등과 공공기관이 거듭나기 위한 방향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댄 적이 있다. 무엇보다 공공기관의 공공성이라는 정체성을 살릴 수 있도록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공공기관이 추구하는 재화와 서비스가 어떤 공공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계속해야 하며, 공공기관의 경영평가가 공공성을 중시하는 방향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 등이 지적됐다.

현재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기업경영을 근간으로 한 경영효율화 모델을 공공기관에 적용하고 있다. 평가요소는 리더십·책임경영, 경영효율화, 주요 사업 등 3개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하위지표에 일자리 창출, 사회적 책임 등 공공성 지표가 일부 있으나 평가점수에의 영향력은 매우 적다. 게다가 평가 결과에 영향을 주는 계량지표에는 공공성을 잴 수 있는 지표가 거의 없다. 대신 경영효율화 부문의 평가 비중은 높다. 경영효율화 부문 평가 비중은 2008년 전체 공통지표 평가점수의 약 60%, 2010년에는 70%를 차지했다. 이러한 경영효율화 중심의 평가는 고유 업무에 대한 충실성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실제 고유 업무에 대한 평가인 사업지표 평가 비중은 45%인 반면 권장정책 이행실적 등 ‘비사업지표’ 비중이 55%로 더 높다. 좋은 평점을 받으려면 고유 사업보다 국책사업에 더 주력해야 하는 셈이다.

공공기관의 공공성이 중시되기 위해서는 기관 고유의 공공성 지표가 있어야 한다. 예컨대 중소기업의 기술을 지원하는 예산투입비율이라든지 지역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예산투입비율 등이다. 성과와 더불어 과정에 대한 평가도 이뤄져야 한다. 현재는 지나치게 성과 중심의 평가가 이뤄져 장기적인 안목에서 공공기관의 운영이 어렵다. 공공기관의 경영평가는 단지 그것이 ‘적법’한 사업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행했는가에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공공기관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와 그에 따른 국민의 신뢰로 이어져야 한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공공성이 제대로 담겨야 공공기관 개혁의 길이 열릴 수 있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h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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