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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957일간의 우주 동면 / 오철우

등록 2014-01-22 19:09

2004년 유럽우주국(ESA)이 발사한 혜성 탐사 우주선 로제타가 2011년 6월8일 에너지 소모를 최대로 줄이기 위해 동면 상태에 들어간 지 957일 만에 다시 깨어나 지난 20일(세계시 기준) 건재함을 알리는 신호를 지상에 보내왔다. 이날 7시간가량 로제타의 신호를 애타게 기다리던 유럽우주국 연구자들은 짧은 첫 신호를 포착하고서 감격했다. 많은 이들은 웹방송과 트위터, 생중계 기사를 통해 실시간 소식을 접하며 온라인과 모바일 공간에서 로제타의 기지개에 환호했다.

지구에서 8억㎞ 떨어져 비행 중인 로제타가 보낸 첫 신호는 여러모로 극적이었다. 957일 동안 지상과 교신 없이 동면 비행을 했으니 로제타의 생사와 행방은 달아오른 관심사였다. 유럽우주국이 트위터를 통해 신호 수신 성공을 알리며 내보낸 첫 문자는 ‘안녕, 지구촌 세상(헬로 월드)!’이었다. 로제타의 건재는 오직 로제타가 스스로 깨어 신호를 보내주어야 알 수 있었으니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동안은 간절한 기다림이었다. 이번 생중계의 주제는 ‘로제타여, 깨어나라’였다. 언뜻 서구의 이야기 문화에 낯익은 ‘잠자는 미녀’를 생각나게 한다.

957일 동안 연락이 끊긴 로제타가 고향 지구에 첫 소식을 보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미리 설정한 타이머에 따라 동면이 종료되면 로제타는 먼저 자기 위치·자세를 확인하는 센서를 켜고, 동면 상태에서 서서히 벗어나 재가동을 준비하고 안전모드에 들어간다. 이어 우주선의 기능을 957일 전 상태로 복원하고 지구를 향해 자세를 잡은 뒤 신호를 송신한다. 망망한 우주 저편에서 빛의 속도로 44분 53초 동안 날아온 미약한 신호가 지상에 포착되면서 비로소 그의 소식은 세상에 알려졌다.

기지개 켠 로제타는 이제 우주탐사에서 처음 이뤄지는 혜성 밀착관측의 임무를 수행한다. 고작 4㎞ 지름의 혜성 표면에 100㎏짜리 착륙선 파일리(Philae)를 앉혀 탐사하는 11월엔 다시 지구촌에 큰 뉴스를 전해줄 것이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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