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올해 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엇보다 그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김정은 제1비서에게 ‘통일대박론’을 설명했으면 한다. 그것이 통일이 진짜 대박이 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올해 들어 여러 차례 통일대박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그 ‘진정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이 주장이 대북 제안이 아니라 대남 선전용 아니냐는 것이다. 대선 때 복지담론을 활용하고 내버렸듯이 6·4 지방선거용으로 통일문제를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이는 현 정부가 북의 대화 제의를 ‘진정성’을 내세워 잇따라 거부하고 있는 데서 증폭된다.
올해 북한의 대화 제의는 거침이 없다. 지난 1일 김정은 제1비서가 육성 신년사에서 “북남 관계 개선”을 강조한 뒤, 16일에는 국방위원회가 ‘중대제안’을 했다. “1월30일부터 서로 비방중상하는 모든 행위부터 전면 중지하자”며 “이 제안의 실현을 위하여 우리(북)는 실천적인 행동을 먼저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 뒤 북은 오는 9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에 북한 축구선수단이 참석할 것이라고 20일 밝혔다. 23일에는 국방위원회가 대남 ‘공개서한’ 형태로 제안의 진실성을 다시 주장했고, 같은 날 유엔에서도 안전보장이사회 공식문건으로 각국에 ‘중대제안’을 배포했다.
우리 정부의 반응은 차갑다. 통일부는 북의 잇따른 제안을 ‘위장평화공세’로 규정했다. 더욱이 박 대통령은 25일 마코 루비오 미국 상원의원에게 “유화적 선전공세를 편 뒤 도발이 있었다”고 북을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이미 18일 인도 순방 중 “대남 도발 등에 더욱 철저히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렇게 ‘도발 대비’만 강조하는 게 온당한 일인지 의문이다. 통일대박론이 흡수통일론이 아닌 이상 남북에 두루 그 내용을 설명하는 게 맞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박 대통령이 오히려 대화를 적극 요구해야 한다.
통일이 대박이려면 그 혜택은 당연히 남북 모두에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남북이 힘을 모아 통일의 길로 나설 것이다. ‘한쪽만 대박’ ‘한쪽은 쪽박’이면 낙제점 통일방안이다. 그럴 경우 그 안을 북쪽에 설명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이는 통일론을 빙자한 정치선전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올해 북의 대화 제안에 대해 안보만 강조하는 박 대통령의 대응 모습이 그런 의심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북은 앞으로도 남이 ‘안 받을 수 없는 안’을 계속 낼 것으로 보인다. 북의 이산가족 상봉안 수용이 한 예다. 북은 24일 오후 6시 이산가족 상봉안을 전격 수용했다. 통일부가 4시30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이라”며 북의 공개서한을 거부한 지 불과 1시간30분 만이다. 이 정도라면 북은 이미 남의 반응을 예상한 뒤 다음 제안을 미리 준비해놓았다고 봐야 한다. 물론 앞으로의 계획도 이미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도발 대비만 강조하면 자칫 ‘통일대박론은 지방선거용’이라는 비판은 더욱 확산되고, 남북대화의 주도권도 잃을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진정성을 갖고 제3차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면 다시 국면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마주앉은 것은 ‘통일은 공동번영의 길’이라는 인식에 터잡은 것이다. 그런데 이제 ‘통일이 공동번영을 넘어 대박’이라면 정상회담을 적극 제안해볼 만하지 않은가. 이를 위해서도 박 대통령이 북의 대화 제안에 좀더 귀 기울이기를 기대한다.
신뢰도 한쪽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지만, 대박도 ‘한쪽만 대박’이라면 실현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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